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환자도 사고 판 ‘사무장 병원’요양병원 불법 보험금만 1조
과다 청구에 가짜환자 모집도
허술한 진료비 급여체계 노려


부산의 한 중형병원은 최근 개업 4년 만에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주변에서도 꽤 유명한 요양병원으로 알려졌던 해당 병원은 최근까지도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80 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은 최근 경찰 수사를 받으며 그 실체가 드러났다. 수사 결과, 병원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불법 의료 기관이었다.

서류상으로 해당 병원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병원을 설립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1억원 규모의 출자금에 조합원도 300명에 달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조합원은 모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짜였다. 이사장 A(45) 씨는 사무장 병원을 만들고자 300명의 명의를 빌려 조합원으로 등재했다. 출자금도 모두 A 씨가 낸 돈이었다.

의사면허가 없는 A 씨는 그렇게 정상적으로 병원설립 인가를 받고 4년 동안이나 가짜 병원을 운영해왔다. 이들이 그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챙긴 보험금은 59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최근 이사장 A 씨와 원무과장 등 관련자 11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한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은 모두 1393개다. 이들 기관이 그동안 불법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 환수조치가 결정된 보험금은 2조863억원에 달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자격증을 가진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으로 공단에 보험금을 과다 청구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잉진료와 가짜 환자유치 등으로 수사기관의 집중 단속을 받고 있다.

공단에 적발된 불법 개설 요양기관은 대부분 작은 의원이나 요양병원으로, 특히 요양병원의 경우 불법 취득한 보험금이 전체 환수결정 금액 중 절반이 넘는 1조1037억원으로 조사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사무장들이 요양병원을 주요 범죄수단으로 삼는 배경에는 허술한 진료비 급여체계가 있다. 입원이 필요없는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거나 아예 브로커를 통해 가짜 환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한 요양병원은 외래 환자에게 인당 50만원의 사례금까지 지급하며 입원 환자로 둔갑시키고 나서 300억원의 부당 보험금을 청구하다 적발됐다. 최근에는 병원끼리 입원 환자를 주고받으며 보험금 과다 청구하도록 유도한 브로커가 경찰 수사 끝에 붙잡히기도 했다.

사무장병원 문제가 매년 반복되며 수사기관도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매년 요양병원을 이용한 불법 의료행위는 증가세다. 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의 경우 계좌 추적 등을 통한 혐의 입증이 중요한데, 공단에는 수사권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공단의 행정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이를 거부하면 단순 과태료 처분에 그쳐 공단의 조사를 아예 거부하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기관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