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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류영규 KOTRA 카사블랑카무역관 관장] 카사블랑카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모로코는 아프리카 서북단에 위치한 인구 3500만명의 이슬람 국가이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최대 상업도시이다. 한국에서 카사블랑카까지는 비행 시간만 17시간. 언어도 다르고 사람들 생김새도 매우 다른 카사블랑카의 상관습은 어떨까?

우선 카사블랑카인들은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다른 듯 하다. 약속시간을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 가장 흔한 핑계는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카사블랑카인들에게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카사블랑카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흥정에 능해야 한다. 골목길 과일장수에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 낙찰에 이르기까지 흥정을 잘 하는 사람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한국 비즈니스맨에게는 협상의 기술을 꼭 익히고 카사블랑카인과 거래하기를 권하고 싶다. 흥정이 끼지 않는 거래를 현지에서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일사’(잉그리드 버그만)가 시장에서 옷감을 사는 장면이 나온다. 700프랑크로 첫 가격을 제시한 카사블랑카 상인은 ‘맄’(험프리 보가트)이 나타나자 일사가 맄의 친구임을 확인하고 100프랑크까지 가격을 내린다. 이 장면은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 즉, 카사블랑카에서는 인맥이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맥을 통한 문제해결이 다반사이고, 인맥이 튼튼하면 사업에서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원칙과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음을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상거래시 커미션은 약방의 감초 같다.

특히, 누구를 소개한다던지 상거래를 알선할 때 커미션이 은밀히 오고 간다. 인맥으로 사회시스템이 움직여지는 측면이 있고, 정보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커미션이 있는 반면 종종 뒷거래 목적의 커미션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카사블랑카 바이어가 현지 시장상황 등을 한국 업체와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다면 바이어를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약속과 정직함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최소한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업체들이 카사블랑카 바이어와 거래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수출대금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게 수출대금이 아슬아슬하게 지급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필자는 이 과정을 여러번 지켜보며 카사블랑카인의 약속과 정직함이 우리의 것과는 다소 다름을 깨닫게 됐다. 한국 업체에게는 수출대금 회수에 대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하라고 권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카사블랑카 시장을 중동 또는 아프리카 시장으로 분류하는데, 오히려 카사블랑카 시장이 유럽 시장과 관련이 더 깊다고 볼 수 있다. 카사블랑카 시장이 어떻게 분류되던 현지에서 더 많은 한국 상품이 팔리고,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해 이익을 내야할 텐데, 향후 한-모로코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기를 바라고, 유럽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제조업체 진출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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