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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산이 울었다…마지막 작별 뒤 버스 쫓아가며 오열
-南 어머니, 예고된 이별 앞에 北 아들 얼굴 못봐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이게 뭐야 이게” 울분

[헤럴드경제=금강산 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금강산이 눈물바다가 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날인 22일 70여년의 헤어짐 끝에 2박3일간 짧은 만남을 가진 남북의 가족들의 또 다시 이별을 맞았다.

“이것으로 모든 상봉 일정을 종료하겠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작별상봉과 마지막 점심식사가 진행된 금강산호텔 곳곳에선 통곡이 터져나왔다.

이금섬(92) 할머니는 예고된 이별 앞에서 북측 아들 리광철(71) 씨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등을 토닥거릴 뿐이었다.

한신자(99) 할머니는 북측의 딸 김경실(72) 씨와 김경영(71) 씨를 얼싸안고 하염없는 눈물만 쏟아냈다.

한 할머니는 다른 남측 가족들이 상봉장을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발길을 떼지 못하다 딸들이 버스에 탑승한 뒤에도 볼 수 있다고 말하자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가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작별상봉까지 마친 뒤 남측의 한신자(99) 할머니가 버스 안에서 북측의 딸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기순(91) 할아버지는 백발이 된 북측 아들 리강선(75) 씨를 꼭 끌어안고 “나 가짜 아버지 아냐. 너 아버지 있어”라며 다독거렸고, 아들은 “건강하고 오래 사시라요. 그래야 또 만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몇몇 남북 이산가족들은 하나로 어우러져 ‘고향의 봄’과 ‘반갑습니다’를 합창하기도 했다.

작별상봉이 모두 마무리되고 남측 가족들이 먼저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북측 가족들은 2층 상봉장 앞 난간에 붙어서서 1층으로 내려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일부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 밖으로 나간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먼저 빠져나간 뒤 상봉장에 앉아있던 북측 가족들은 대부분 멍한 표정으로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만 훔쳤다.

북측 가족들도 나가도 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버스에 탑승한 채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을 바쁘게 찾아나섰다. 등이 굽은 한 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기까지 했다.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채 기다리고 있던 금강산호텔 앞은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버스에 앉아있던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동규(84) 할아버지의 북측 조카 박춘화(58ㆍ女) 씨는 버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라면서 “통일되면 이런 거 안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고호준(77) 할아버지는 버스 문이 잠시 열리자 내려와 북측 조카를 부둥켜안고 오열을 터트렸다.

고 할아버지는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떨어진다”며 목놓아 울었고, 조카는 “삼촌 울면 안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해서 다시 만납시다”며 위로했지만 자신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의 조카 리광필(61) 씨는 “버스에서는 소리가 안들려 머리를 써봤다”면서 남측의 삼촌들인 이관주(93), 이병주(90)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손바닥에 ‘장수하세요’라는 글을 써 보였다.

남측의 오빠 박기동(82) 할아버지를 만난 북측 여동생 박선분(73) 씨는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버스를 따라가며 “오빠 다시만나요. 건강하세요.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요”라고 소리쳐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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