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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벌적 손해배상 ②] 소비자 권익 보장 반면 손배액 ‘편차 심화’ 우려
대법원 전경 [사진=좌영길 기자]
-현직 대법관도 ‘도입반대’ 의견… “배상액 일정해야”
-일단 소송 이겨야…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우선론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확대되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법 체계가 다른 미국처럼 수십 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20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재형(53·18기) 대법관은 2016년 8월 인사청문회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반대 의견을 냈다. 김 대법관은 청문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행의) 손해배상액을 충분히 인정하는 방식으로도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상한을 전혀 정하지 않은 채로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에서 시행되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는 데 신중론을 펴는 입장은 미국 외에 이를 시행하는 나라가 거의 없고, 동일한 사안에서 배상액 편차가 심할 경우 배상 책임을 지는 기업에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을 안겨주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편다. 재판부마다 배상액 차이가 크면 사법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배심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하기 때문에 신뢰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도입된 징벌적 배상제도가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손해배상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상한이 없거나 10배 이상의 배상을 인정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밖에 형사나 행정절차를 강화하는 것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거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기보다 소비자가 소송에서 피해를 입증하기 쉽도록 길을 열어주는 측면도 강조된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배상액을 따지는 것은 결국 소송을 이긴 다음의 문제”라며 “징벌적 손해배상보다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민사소송에서 정보제출을 강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 있다. 집단소송이 벌어지면 소비자가 원하는 자료를 기업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자료 공개를 거부하면 과실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소송을 당하면 관련 정보의 상당 부분을 공개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데,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은 자국에서보다 훨씬 수월하게 소송에 임하는 셈이다. 민사소송 원고들이 형사고발을 동시에 하는 이유도 강제수사를 통하면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 화재 피해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에서 우리 기업이 다 내는 서류를 우리나라에서는 독일회사도, 미국회사도 내지 않고 있다”면서 “그나마 있는 문서제출 명령 제도도 법원이 소극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결함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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