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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도 겨우 했는데…자녀계획 무슨...”
서울시 신혼부부 실태조사
27만8000쌍 혼인…전년比 4.5%↓
초혼 부부 평균 출생아수 0.68명
전국 출산율 1.17명의 절반 수준
맞벌이 증가·주택값 상승 원인


서울 강서구에 사는 결혼 2년차의 나모(31ㆍ여) 씨는 자녀계획이 없다. 자녀를 보살필 여유가 없다는 남편 말에 동의한 것이다. 나 씨는 “맞벌이인 상황에서 우리 몸 관리도 버겁다는 말에 동의했다”며 “주변 친구들도 여유부터 찾겠다며 결혼을 아예 안 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는다”고 말했다.

서울 신혼부부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산 기피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시가 주거부터 자녀 양육까지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외면하는 현실이다.

14일 경인지방통계청의 ‘2016년 서울시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2011년 11월~2016년 10월 내 결혼한 후 서울에 살며 혼인상태를 유지중인 신혼부부(재혼 포함)는 27만8000쌍이다. 1년 전(29만1000쌍)보다 4.5%(1만3000쌍) 줄어든 값이다. 같은 기준 전국 신혼부부는 115만1000쌍으로 1년 전(118만6000쌍)에 비해 2.4%(3만5000쌍) 하락했다. 서울의 감소 폭이 전국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서울 신혼부부 중 초혼은 23만8000쌍, 재혼은 4만쌍이다. 초혼 중 43.5%(10만3000쌍)는 무자녀로 1년 전보다 0.9%p 늘어났다. 자녀가 없는 초혼 비중은 혼인연차가 높을수록 줄었지만, 3~5년차(14만쌍) 때도 26.2%(3만7000쌍)는 자녀가 없는 상황이다.

신혼부부 가운데 초혼의 평균 출생아 수는 0.68명으로, 2016년 전국 합계출산율(1.17명)의 58.1%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서울 신혼부부의 출산율이 특히 낮은 것은 맞벌이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란 것이 중론이다.

서울 신혼부부 중 맞벌이는 전국 신혼부부 중 맞벌이(44.5%)보다 7.6%p 많은 52.1%다. 이는 전년(50.2%)보다도 1.9%p 오른 숫자다.

맞벌이가 되면 자녀 양육을 책임질 이가 없어 외벌이보다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맞벌이 중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는 52.7%로, 외벌이(61.4%)보다 8.7%p나 낮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무주택자가 상당수인 점도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안정적인 삶 유지가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점인 만큼 출산을 뒷전으로 두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자녀가 있는 서울 신혼부부 중 유주택자는 61.0%인데 비교해 무주택자는 그보다 7.2%p 낮은 53.8%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민의 결혼ㆍ출산 기피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 없이 함께 살 수 있다’는 데 따른 서울시민의 동의율은 2008년 41.3%에서 2016년 47.5%로 6.2%p 껑충 올랐다. 이는 결혼에 대한 미온적인 시선이 많아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신혼부부 중 맞벌이의 비율도 계속 높아질 추세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 신혼부부 중 맞벌이는 52.1%지만, 결혼 1년차로 한정하면 맞벌이의 비율은 57.8%로 급증한다”며 “경력단절 등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맞벌이를 포기하지 않는 신혼부부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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