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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수립 100년 잊혀진 사람들⑤ - 독립운동가 안맥결 여사] “만삭에 옥고·고문까지…묻혀있던 女독립운동가 규명 보람”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 참여한 심옥주(46)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옥고 3개월’기준 서훈심사 탈락
국가인정 女독립운동가 299명 불과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우는 3ㆍ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둔 2018년 현재에도 열악한 수준이다. 서훈기준이 당시 상황에 맞지 않게 높고, 인정받는 것도 까다로운 탓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여성독립운동가는 불모지와 같은 분야로 분류된다.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관련된 사료 상당 부분이 소실됐다. 그럼에도 심옥주(46) 한국여성독립동연구소 소장은 수년째 여성독립운동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처음 백범 김구선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던 그는 ‘한국 어머니들의 역사를 찾자’는 생각으로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인)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이 활발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국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창호 선생의 조카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안맥결 여사다. 안 여사는 올해도 독립운동가로서 서훈을 인정받지 못했다. ‘옥고 3개월’이라는 공적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독립운동가가 독립유공자로 국가에서 인정받은 경우는 단 299명에 불과하다.

안 여사는 만삭의 몸으로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돼 종로경찰서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형무소에도 수감됐지만, 당시 만삭이라 수감기간은 1개월이었다.

짧은 수감기간은 독립운동가로서 서훈을 인정받는 데 제약이 됐다. 서훈 공적심사위원회가 세운 독립유공자 인정 기준은 ‘옥고 3개월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은 심 소장이 더욱 연구에 몰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심 소장은 우리 역사를 알리는 데에도 열심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성독립운동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세미나를 열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 15일 광복절을 맞아 ‘나는 여성독립운동가의 후예다’라는 전시회를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안옥윤 여사의 삶을 다룬 영화 ‘암살’이 개봉하고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영화 한편이 많은 인식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시민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심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한국 여성들의 흐름(삶의 궤적)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886년 이화여학당이 설립된 이후, 쌓여왔던 여성지식인 계층의 의지가 삼일운동을 계기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표출됐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현모양처’ 이미지로만 비춰졌던 근대 전후의 여성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사례로 3ㆍ1운동 전후로 국내에서 활약했던 여학생들의 비밀결사 조직들을 꼽을 수 있다. 평양에 있던 ‘송죽(松竹)결사대’, 개성지역 호수돈 여학교에서 활동했던 ‘호수돈 비밀결사대’ 같은 조직들이 대표적이다.

송죽결사대는 ‘독립운동을 하다 죽을 것’이라는 서명아래, 선배들(松)과 후배들(竹)이 힘을 합쳐 나라를 되찾을 것을 결의했다. 호수돈결사대는 개성 삼일만세운동의 시초가 됐다. 삼일운동을 전후로 생겨난 여성 비밀결사조직들은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로 군에서 활동한 권기옥 애국지사도 이런 송죽회 출신이다.

심 소장은 “안경신 애국지사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충남도청에 폭탄 의거를 시도했다”면서 “당시 여성이기 때문에 일제의 눈을 피하는 데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많은 활약을 했다”고 했다.

최근 젠더이슈를 놓고서 국내 여론이 뜨겁게 일고 있는 상황속에서 남성과 대등하게 활동했던 이같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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