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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컵 안되고 저 컵 되고…카페 잡음 넘치는 ‘컵’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다수의 손님들이 일회용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머그컵 모자라 종이컵 담아내
단속 플라스틱컵만 피하면 돼
“환경보호 의미 퇴색” 목소리

‘같은 일회용컵인데 종이컵은 괜찮나?’

직장인 김지수(32) 씨는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종이컵에 커피를 받았다. 안에서 먹고 간다고 말했더니 종업원은 머그컵이 없다며 종이컵 두잔에 포개 담아줬다. 김 씨는 “같은 일회용컵인데 플라스틱컵은 단속 대상이 되고 종이컵은 안 되는지 헷갈린다.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 쓴다면 환경 보호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했다.

9일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컵 남용 단속을 시행한지 일주일째. 대다수의 시민들은 일회용컵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공감을 표했지만 여전히 카페에 곳곳에선 크고 작은 잡음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제시한 일회용컵 단속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의 종업원은 “잠깐만 있다가 나갈 거니 플라스틱 컵을 달라”는 고객들이 많다고 진땀을 뺐다. 종업원은 “인근 회사에서 나온 직장인들은 보통 식사 후 잠깐 티타임을 하고 회사로 들어간다. 단속하는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직장인들 상황을 아니까 머그잔에 주기도 그렇다”고 하소연했다.

매장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다가 바깥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머그잔에서 플라스틱컵으로 바꿔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카페에서 있다가 테이크아웃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결국 다시 플라스틱컵으로 바꿔주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다.

구비해둔 머그잔이 부족해지자 카페에서는 수요가 적은 라지, 벤티 사이즈 컵을 내놨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는 저녁시간 사람들이 몰리자 머그컵이 부족해져 스몰 사이즈를 시킨 손님들에게 커피 양에 1.5배에 달하는 큰 커피잔을 제공했다. 매장 관계자는 “머그컵 주문을 해둔 상태인데 생산이 늦어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크기에 맞지 않는 컵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카페에선 단속을 피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종이컵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컵 사용 지침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일회용 종이컵 역시 재활용이 어렵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속 가이드라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행 ‘자원재활용법’에서는 종이컵이 규제 대상 일회용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에 비해서 재활용이 더 잘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환경 부담이 덜했을 때 적다고 봐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면 일회용 종이컵 역시 사용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종이컵이 만들어질 때 수많은 열대 우림이 황폐화되고 그 결과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매장 내 종이컵도 사용을 규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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