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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현금없는 사회에도..지갑은 죽지 않는다!


1. 당신의 지갑 나이는 몇살입니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데 현금으로 살 수 없다면?’ 전국 스타벅스 1180개 매장 중 103개 매장이 현재 커피 값을 현금으로 살 수 없는 ‘현금 없는 매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현금 결제 건수는 2016년 26%로 2년 전 대비 10%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물건이 있다. 바로 지갑. 타파스는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70명의 지갑을 열어봤다. 다음 퀴즈를 풀어보자.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70명의 지갑을 열어본 결과 세대별로 다른 지갑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지갑나이’다. 


■ 50대 이상: #현금부자, #가족사진



5만원권과 자그마한 크기의 가족 사진. 지갑엔 빠짐없이 여러장 현금이 있었다. 스크랩한 신문 글도 나왔다. 지갑을 직접 사기보단 대부분 딸, 아들로부터 선물받았다. 영양촌, 한우전문점 등 보양식 음식점 명함도 발견됐다. 


■ 40대: #실속형, #멤버십


40대의 지갑에선 경제력의 내공이 담겼다. 백화점 카드, 상품권, 코스트코 카드, 쇼핑몰 주차 할인권…. 다양한 경제활동이 지갑에 담겼다. 보안카드나 OTP카드 등 인터넷 뱅킹용 카드도 다수. 



■ 30대: #카카오프렌즈, #로또와복권



라이언과 어파치가 왜 거기서 나와...?
카카오뱅크 캐릭터 카드가 등장하는 세대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에 갈 필요 없이 계좌를 개설하는 일종의 스마트페이. 현금이 없는 지갑도 30대부터 등장했다. 국제운전면허증, 영국 축구팀 리버풀 엠블럼 디자인의 신용카드 등 취미와 취향을 담은 것도 30대 지갑의 특징이다. 한 가지 더. 로또ㆍ복권 종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20대: #무소유, #외화


현금이 없다. 심지어 지갑조차 없다. 5유로, 2달러, 1000원…. 현금이 있어도 소액, 혹은 여행용 외화였다. 한국은행 ‘2017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현금 선호율은 8.3%. 100명 중 불과 8명꼴이다. 이들은 취재에서 “카드 밖에 들고 다닐 게 없다”, “모바일 페이를 이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10대: #동전잼, #학업


극과 극은 통했다. 10대 지갑엔 오히려 현금 지분이 많아 50대 이상과 유사했다. 다만 액수가 다를 뿐. 대부분이 1000원권, 간혹 5000원권. 그리고 ‘동전’이 나왔다.
이들은 고단한 학업생활도 지갑에 담겼다. 학생증, 도서관 카드, 충전용 교통카드. 여학생은 틴트 등 휴대용 화장품도 소지했다. 지갑은 전 연령대 중 가장 캐주얼한 디자인이다.

kula@heraldcorp.com







2. 하도 ‘현금없는 사회’라고 해서... 70명의 지갑을 직접 열어봤습니다.


betterj@heraldcorp.com





3. 당신의 지갑속. 가장 소중한 것은

먼저, 당신의 지갑을 생각해보세요. 그 안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카드가 있을 것이고, 약간의 현금, 출근도장 찍듯 모으는 쿠폰, 혹시 몰라 챙겨둔 영수증, 운전면허증…. 매일 지갑을 열 때마다 접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지갑엔 더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쁜 나날 속에 나조차도 잊고 있던 것들.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간직해야만 하는 것들. 타파스는 70명의 지갑을 열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22살 입대 전날, 부모님과 처음으로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어색했죠. 사실 귀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나야 할 친구 약속이 수두룩한데. 그렇게 찍은 손바닥만 한 가족사진 한 장. 그 한 장은 군생활을 버티게 한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몇 번의 지갑을 바꾸는 동안에도 계속 이 사진을 보관했습니다. 가끔 우연히 사진을 볼 때가 있어요. 지금의 나와 닮은, 젊은 부모님이 있고, 그 옆엔 철없이 귀찮음이 얼굴 가득한 22살 제가 있습니다(38, 남).” 


“얼마 전 엄마 지갑을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엄마 지갑을 꼼꼼하게 본 건 처음이었어요. 지갑엔 어릴 때 내 사진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사진도,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내 사진도. 정작 엄마 사진은 없고 내 사진만 가득했어요. 내 인생을 꼭꼭 눌러담듯. 그렇게 사진을 모으셨더라고요. 처음엔 기분 좋고 신기했는데, 순간 좀 울컥했습니다. 내 지갑에도 사진이 있거든요. 오로지 내 사진만요(26, 여).” 


“아내가 어느 날 사진을 한 장 내밀었습니다. 지갑 크기에 맞게 가족사진을 한 장 만들었더라고요. 지갑을 달라고 하더니 직접 지갑에 넣어줬습니다. 사진 자체가 오랜만인지라 신선한 기분이 들더군요. 가끔 사진을 볼 때마다 잘 넣어놨단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 배경화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45, 남).”

70명 중 16명은 지갑 안에 가족사진을 갖고 다녔습니다.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 지갑에서 가장 특별한 것?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이요. 이미 쓴 티켓이죠. 동기부여용으로 항상 지갑에 넣어두고 다녀요. 볼 때마다 ‘또 여행 가야지’ 마음을 먹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버리지 않고 있어요(26, 여).”

“주민등록증을 꼽고 싶네요. 39살이지만 여전히 주민등록증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새로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제가 처음으로 성인이 됐다는 걸 인정받은 증거이니까요. 사실 쓸 일도 별로 없고, 굳이 갖고 다닐 필요 있느냐는 말도 듣는데, 전 꼭 보관하게 되더라고요(39, 남).”

“어릴 때 아버지한테 네잎클로버를 받았어요. 행운의 상징이라면서요. 그 뒤로 계속 지갑에 넣고 다닙니다(26, 여).”

“여자친구와 만든 공용 체크카드! 여자친구와 함께 카드를 쓰게 되니 데이트를 할 때에도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고요. 고마운 카드죠(27, 남).”

“지갑에 있는 공무원증. 이걸 볼 때마다 취직 준비하던 시절이 생각나요. 힘들었거든요. 그 시간들이 모두 이 공무원증 한 장에 집약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퇴근 때 지갑에서 이걸 꺼내면서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 다짐하려고요(33, 남).”

어떤 이는 야구회원권을 꼽기도 했고, 지갑용품 ‘스테디셀러’ 행운의 2달러도 등장했습니다. 로또도 빼놓을 수 없죠. 가족사진이 내 ‘현재’라면 2달러, 네잎클로버, 비행기 티켓은 ‘기대’일 것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을 것이란 기대.

시대가 흐를수록 지갑은 점점 작아지고, 심지어 필요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전보다 줄어들거나 불필요해진 건 아니죠. 지갑은 세상에 내딛는, 그 첫걸음이었습니다. 입학을 기념하며, 졸업을 기뻐하며, 취직을 축하하며 우린 그렇게 첫 지갑을 만났습니다. 비록 지폐도 카드도 줄어들지만, 그래도 지갑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보관하는 나만의 공간으로요.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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