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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꾼 풍경]외출은 밤에만?…‘올빼미 폭염난민’ 한강ㆍ카페 등 점령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파이어 댄싱 페스티벌에서 참가자가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녁에만 운동해요” 태양 피하는 조깅족
-밤에 하는 한강 행사부터 야외 수영장까지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송모(31) 씨는 주말 오후마다 나서는 한강 조깅을 늦은 밤에 하기 시작했다. 오후엔 날씨가 너무 더워 도저히 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야 시간대에 한강변을 따라 조깅하면 그나마 바람이 서늘해져 뛰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송 씨의 판단이다.

송 씨는 “평소 낮에 파란 하늘과 한강에 비치는 태양볕을 보면서 뛰는 게 조깅의 낙인데 요즘은 도저히 낮에 뛸 엄두가 나지 않아 최대한 온도가 내려간 늦은 밤에 조깅에 나선다”며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 밤에만 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 평소 주말마다 친구들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회 초년생 이모(27ㆍ여) 씨는 최근 들어 행동 반경을 줄였다.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후보단 저녁이나 심야 시간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 최근엔 한강 푸드트럭과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들리는 등 밤에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조만간 심야에 호텔이 운영하는 야외 수영장도 곧 놀러 갈 계획이다.

이 씨는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야외 여름 행사가 많은 한강공원을 찾아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낮보다 저녁에만 활동하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무더위로 인해 활동하기 어려운 낮보다 기온이 내려가서 활동하기 수월한 저녁이나 심야를 선호하는 것이다.

대학원생 송모(25) 씨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데 요즘은 주로 저녁 시간대에 한강 둔치에 있는 야외 농구장에서 운동한다”며 “요즘은 저녁에 농구해도 너무 더워서 운동이 꺼려질 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강공원은 올빼미족이 찾는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한강공원에서 시작한 ‘2018 한강 몽땅 여름 축제’에서 물풍선 던지기, 동춘 서커스 등 각종 놀이와 공연을 제공하면서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심야 더위를 피해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 체인점으로 피난 가기도 한다.

갓 결혼한 정모(32ㆍ여) 씨는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만 있으니 에어컨 전기값만 드니 신랑과 함께 카페에 죽치고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떤다”며 “늦은 밤 카페에 가도 손님들이 적지 않아서 다들 비슷한 맘으로 오나 싶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계속되는 폭염으로 24시간 카페나 페스트푸드점을 찾는 피서객이 늘면서 매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

롯데리아에 따르면 지난 16일~19일 오전 12시~6시까지 방문한 매장 고객 수는 전주 대비 60% 늘었다. 투썸플레이스의 24시간 매장 역시 평균 15%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탐앤탐스 24시간 매장도 약 6% 증가한 가운데 새벽 4시부터 5시까지의 매출이 전주보다 15% 이상 오르는 등 심야 시간대의 매출이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아이스 음료 매출은 크게 늘었다”며 “계절에 맞춰서 나온 여름 한정판 음료나 빙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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