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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공연내내 짓누르는 결혼의 무게…수많은 현실과 마주하는 듯
전미숙무용단 ‘Talk to Igor_결혼, 그에게 말하다’ 공연연습장면 [제공=전미숙무용단]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이러한 통용은 ‘만일 결혼을 한다면(했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않았다면)’으로 시작되는 여러 가지 물음을 존재케 한다. 지난 15일~1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전미숙무용단의 ‘Talk to Igor_결혼, 그에게 말하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결혼, 당신은 결정하셨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결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미혼자에게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다. 이어 던져진 파편 같은 질문이 곧 기혼 관객을 향했다. “당신의 결혼은 행복 하십니까?”

이 공연은 2012년 초연 이후 재공연이다. 6년의 시간, 공연 메시지도 달라졌다. 결혼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느껴졌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안무감독으로 참여한 차진엽, ‘댄싱9’ 출신의 최수진,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용우를 비롯해 김성훈, 김영진, 김형민, 배호섭, 신호영, 임종경, 정지윤, 정태민 등 다각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 무용수들이 출연했다.

공연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음악은 러시아의 전통 결혼을 재현하고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결혼(Les Noces, 1923)’이다. 그리고 #결혼 #아내 #우리집 #헤링본스타일 #육아 등 SNS상의 해시태그에서 짐작되는 환상과 현실에 관하여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면서 진지하게 다뤘다. 이는 90년 전의 스트라빈스키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결혼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혼돈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묻는 물음이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아한 허밍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돌아봤다. 한 무용수가 아직 첫 돌이 안 되어 보이는 아기를 안고 객석으로 등장하여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바닥에 비스듬하게 앉자 모유수유를 한다. 그녀의 입에서는 연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공간을 울리는 허밍이 흘러나오는데, 얼마나 성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이 아니던가. 그러나 모유수유의 함정과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 장면은 그저 동화 속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풍경일 뿐이다.

퍼포먼스성이 짙은 행위적 움직임과 그들의 독백, 방백은 꿈과 현실을 교차하고 대비시키며 현실을 폭로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무대를 가득 매운 스탠딩마이크들은 공연 속의 중심 이미지로 존재하면서, 공연 내내 그들이 던지게 될 수많은 질문들을 상징함과 동시에 앞으로 그들이 토해낼 이야기들의 방대함을 짐작케 했다.

반듯하게 선 9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무대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걸음을 옮길수록 좁아지는 간격은 점점 서로의 몸을 억누르면서 반듯했던 그들의 모습을 일그러트렸다. 그런가 하면 박수를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거칠게 휘청거리는 한 무용수는 점점 그는 박수갈채에 동화된다. “결혼, 망설였으면서 확신도 없었으면서 왜 말하지 못했나요? 눈을 뜨고 보니 사람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던가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닮은 아이를 안고 있던가요? 이제 어쩔 겁니까?”

그들의 질문에는 현대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맞닿아 있다. 결혼에 대해 그들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당신의 선택에 후회 할 겁니다. 감당할 수 있습니까’라고 한다. 태연하게 그러나 엄격하게 내뱉는 그들의 거침없는 질문 속에는 암암리에 또는 의식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결혼의 현대적 의미와 그 속에 내재된 무수한 현상에 대한 차가운 질타가 담겨있다. 공연 말미에서 스탠딩마이크들이 객석을 향해 쓰러지고, 그렇게 돌아갈 곳 없이 사방으로 내뱉어진 물음 속에 다시 관객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이제 결정하셨나요? 무엇을 결정할지 결심하셨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제 당신이 질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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