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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딴 세상①]에어컨 켠채 문 ‘활짝’ 열고 영업…단속 손 놓은 정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있는 로드샵들이 모두 문을 연 채 영업하는 모습.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문 닫으면 손님 크게 줄어든다…” 업주들 하소연
-산업부 “전력공급 충분…긴급상황 아니면 단속 無”

[헤럴드경제=이현정ㆍ박이담 수습기자]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살인적인 폭염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거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부채질을 하며 로드샵 이곳저곳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드나들 때 굳이 문을 여닫을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열어둔 채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상점들의 개문(開門)냉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이날 명동거리에서 냉방 중인 로드샵 20곳을 확인한 결과 문을 닫고 운영하는 가게는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문 열린 가게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땀을 식혀줄 정도였다. 대형 멀티샵의 경우 유리통문 전체를 아예 연 채 영업하기도 했다. 일부 좁은 골목을 지나갈 때는 양 쪽에 있는 가게의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정도였다.

개문냉방으로 전력 소비는 크게 늘지만 그보다 손님유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업주들의 주장이다.

한 화장품 가게 업주는 “문을 열고 영업할 때와 닫고 영업할 때의 손님 수는 크게 차이난다”며 “과거 개문냉방 단속 때 한동안 문을 닫고 장사했더니 손님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렌즈 가게 매니저는 “다른 가게는 문을 다 열어놓고 장사하는데 우리만 닫고 할 수 없지 않냐”며 “장사도 가뜩이나 안되는 상황에서 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고 항변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개문냉방 영업 관련 계도 활동을 벌이는 모습. [박이담 수습기자/parkidam@heraldcorp.com]

개문냉방으로 전력 낭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부터 개문냉방 단속마저 손을 놓은 상태다.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문냉방 단속은 전력 수급과 관련해 비상 상황이 예측될 때만 시행한다”며 “과거에 비해 발전소가 많아져서 올해는 전력 공급이 충분한 것으로 예상돼 단속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문냉방 단속은 전력예비율이 10%보다 낮거나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 사용 규모나 방법을 제한하는 공고를 발표했을 때만 실시된다.

지난 2011년 9월 예비전력이 바닥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이후 산업부는 개문냉방 단속을 정기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추가로 지어진 발전소 덕분에 전력 수급이 안정화되자 지난해부터 개문냉방 단속을 멈춘 것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예비율이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4일 전력 사용량이 애초 산업부가 예측한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였던 8830만kW를 넘어선 9177만kW를 찍으면서 전력 예비율이 7.5%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6년 8월8일에 기록한 7.1% 예비율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게다가 대형 사업장 등의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다음달 둘째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단속 보다는 업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문냉방 단속이 업주들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지자체들이 계도만 하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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