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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 단축’ 이후…재계는 ‘일하는 방식’ 혁신 중
[사진=SK서린빌딩]
- 짧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스마트워크 도입 촉진
- 대한상의 ‘스마트 타임제’ 캠페인
- SK그룹 연말 ‘공유좌석제’ 시행 예정
- GS, 한화 등 계열사별 ‘스마트 워크’ 도입 속도


[헤럴드경제=이승환ㆍ이세진 기자] 내달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2개 층 SK E&S와 SK루브리컨츠 사무실의 리뉴얼 공사가 진행된다. 해당 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서린빌딩 맞은편 ‘그랑서울’로 잠시 이사를 떠난다. 이번 리뉴얼 공사는 SK그룹이 연말부터 시행할 ‘공유 좌석제’를 시행을 위한 조치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의 신호탄이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근로시간 단축이 국내 기업들의 ‘스마트 워크’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과거 장시간의 근로시간에 녹아 있던 비효율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는 근무시간의 20%를 직원이 하고 싶은 일에 쓰는‘2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구글,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한 미국 통신설비 제조업체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 중인 ‘스마트 워크’ 모델이 국내 기업 문화로 도입되는 과도기의 모습으로 해석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유연근무제나 원격근무처럼 업무시간 단축만으로 논의를 한정시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업무 시간 내 효율을 높이는 기업문화의 변화”라며 “기업들이 스마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고민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맏형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건물 내 ‘스마트 타임’ 안내판을 설치했다. 

[사진=대한상의 스마트타임 안내판]

각층 복도 또는 엘리베이터 앞에 놓여 있는 안내판에는 직원들이 실천해야할 사항들이 적혀 있다. ‘스마트 타임’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직원들 각자 자신의 핵심업무에 집중하자는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해당 시간대에 ▷사내 이동 최소화 ▷회의, 보고, 지시 자제 ▷메신저, SNS, 전화 등 개인적인 용무 최소화 등을 실천하자는 내용을 안내판을 통해 알리고 있다.

‘공유좌석제’ 시행을 앞둔 SK그룹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공유좌석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사무실처럼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일찌감치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사무 공간을 연구해 왔다.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공유 좌석제를 시범 적용해 오고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 본사 경영지원 부문 중 신청 부문에 한해 파일럿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최근에는 미래기술연구원 등 다른 부서로도 적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를 직접 방문해 ‘공유좌석제’ 시행 상황과 경영 현안을 보고받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과거 일일이 회의실을 잡아 하던 회의가 사무실 주변 곳곳에서 소규모로 자유롭게 이뤄지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SK 관계자는 “공유좌석제가 시행되면 부서간,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 자유롭게 업무를 공유하며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한정된 같은 공간에서 이뤄졌던 부서 고유 업무의 경우 효율성 문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마트 워크의 흐름은 일부 그룹의 예외적인 움직임이 아닌 재계 전반에서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 워크 개념을 도입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18일 GS 임원 모임에서 “모든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더 효율적이고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GS그룹은 각 계열사 별로 모바일 보고 활성화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진할 구체 방안을 마련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근로시간을 준수하자는 움직임과 더불어 일하는 방식 개선에도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화그룹도 계열사 자체적으로 ‘스마트 워크’ 개념을 도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화토탈은 영업활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세일즈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 한화에너지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지 이머징 리더십 인터벤션즈 대표는 “앞으로 기업들은 조직원들이 양적인 시간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 외에 질적인 시간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업무환경의 변화를 통해 심리적으로 자유롭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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