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점심의 사회학⑦]식사ㆍ커피 등 쫓기듯 후다닥 “점심시간 더 길었으면…”

-잡코리아 설문 70% “1시간이내”…“다른 활동도 하고 싶다”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 “점심시간 더 빡빡” 불만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공무원 김모(38) 씨는 점심시간이면 멀리 가지 않는다. 상사의 눈치를 우선 보고 구내 식당이나 인근 식당에서 쫓기듯 식사과 커피를 끝내고 1시 정각에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상사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사가 일찍 나가면 김 씨도 일찍 먹으러 나간다.

김 씨는 “맘 같아선 여유있게 점심 먹고 가볍게 산책도 하고 싶지만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아쉬워했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 아닌 여유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지만 정작 채 1시간도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87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30분 이상 1시간 미만(69.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시간 이상 1시간반 미만이라는 답변이 21%로 그 뒤를 이었다, 점심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답변도 8.9%를 차지했다.

반면 직장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61.6%)으로 조사됐다. 이어 1시간(21.3%)과 2시간(14.7%) 순으로 조사돼 실제 점심시간과 차이를 보였다.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다른 활동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89.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가벼운 산책(45.8%,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른 활동으로는 낮잠 및 휴식이 27.1%, 요가, 헬스 등 운동이 22.6%, 은행 업무가 19.9% 등도 꼽혔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단순히 밥만 먹기보단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여유있게 보내기 위해 점심을 일찍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오전 11시 30분이면 직장 동료들과 슬슬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공식적인 점심시간은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이지만 조금씩 당겨지던 점심시간은 어느새 오전 11시 30분이 되었다.

김 씨는 “11시 30분 전후부턴 회사 엘리베이터 타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일찍 먹으러 나간다”며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려면 1시간은 너무 빡빡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긴 일부 외국계 회사 근무자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한 외국계 기업을 다니고 있는 조모(31ㆍ여) 씨는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의 헬스장을 다닌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운동해도 시간이 넉넉히 남는다. 공식적인 점심시간이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총 2시간이기 때문이다. 조 씨는 “점심시간이 길다 보니 운동을 하거나 수면을 취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볼일도 처리할 수 있어 좋다”며 만족해했다.

한편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여유로운 점심시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안도 적지 않다.

직장인 정은선(32ㆍ여) 씨는 “주 52시간이 적용된 이후부터 회사에선 무조건 칼퇴근하라고 하는데 업무를 감안하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최대한 무임금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점심시간에 빨리 밥 먹고 업무 처리하기 바쁘다”고 한숨을 쉬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