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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후폭풍 ①] 자영업자 눈물은 결국 닦이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지만, 사용자나 근로자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해 앞으로 파장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혼자서 상품을 운반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 올해보다 10.9% 인상 ‘날벼락’
-자영업자들 “폐업하고 월급쟁이 하겠다”
-직원은 임금 올라도 일자리 내몰릴라 걱정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올해랑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합하면 27.3%인데, 어디에 그 만큼 장사가 되는 곳이 있을까요?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이런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영업 하면 망한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취업해서 매달 꼬박꼬박 월급 받고 일하는게 더 낫겠어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영세ㆍ소상공인들은 일제히 집단 불복종 투쟁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주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반발은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올 역효과가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급여ㆍ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경기불황으로 가게마저 내놓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자영업 붕괴의 실상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은 창업률을 앞질렀다. 최근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새로 생겨난 업소보다 사라진 업소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이들이 음식점을 창업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것보다 문을 닫는 곳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 업종 간 경쟁,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ㆍ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여 자영업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껑충 오르면서 악조건에 마주한 업주들은 폐업이라는 최악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

경기도 고양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강모 씨는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는것 같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등 오랫동안 제기한 문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데 정부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악순환의 반복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10여년째 한식 전문점에서 일을 하는 60대 유모(여) 씨는 “이미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출은 줄어들고 올해 상승한 임금분까지 맞추느라 사장님이 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지난번에도 직원을 어쩔수 없이 내보냈는데 이번에도 누가 또 나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직원을 해고하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불황에 가게를 내놓아도 인수자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례도 즐비하다.

프렌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2명의 아르바이트 학생이 일했는데 장사는 안되고 고정지출비는 늘어나고 있어 지금은 1명을 겨우 채용하고 있다”며 “이젠 현재 고용 중인 알바생도 내보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이렇게 살 바에야 정말 가게를 팔고 싶지만 막상 그렇지도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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