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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몇 개인지도 모르는데…찾아 없애겠다고요?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어느 날 오후.

“보고 가세요. 몰카, 녹음기도 있어요.”

평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에 들어선 카메라업체들 앞을 지나가자 상인들은 연신 ‘몰카’를 외쳐댔다. A 업체 사장은 “그만큼 요즘 카메라집에선 몰카가 제일 잘 나간다”고 말했다. 펜 모양은 12만원, 안경 모양은 21만원까지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종류가 있냐는 질문에 “안경, 펜이 제일 잘 나가고요. 펜은 HD화질로 촬영되고 16GB 메모리 들어가고 수음도 잘돼요. USB, 카드지갑 모양도 있고 말씀해보세요. 종류는 많아요”라며 사이트 하나를 보여준다. 각종 소형카메라들이 등록돼 있었다. B 업체, C 업체에서도 ‘재고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같은 사이트에 접속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어휴, 물건이 많이 내려갔네. 오늘도 단속 나왔었거든요. 시계모양도 원래 이거보다 종류가 많은데”라며 ‘요즘 분위기’에 대해 입을 뗐다.

이어 “그런데 어디 쓰려고 하시는 거에요? 그대로 쓰는 건 상관없는데 뜯으셔서 개조하면 그때부턴 불법이에요”라고 당부했다.







 ■ 불법과 범죄 사이

그렇다. 소형카메라가 붙어있는 ‘정상제품’을 분해해 렌즈만 사용하거나 숨겨서 사용하면 불법, 곧 범죄가 될 수 있다. 모든 개조가 범죄는 아니지만 불법이다.

그 중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면 몰카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탈의실에서, 지하철에서 피해자들은 신체 부위를 찍히고 온라인상으로 유포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쳐야 한다.







기계들이 작아지는 동안 피해자 수는 커졌다. 10년 전 한 해 500여 건에 불과했던 몰카 성범죄는 2010년 1153건, 2012년 2462건을 거쳐 2015년 7730건, 2016년 5249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몰카 범죄를 없에겠다며 지난 6월 대책을 내놨다.



- 5만 곳 공중화장실 상시 점검(50억 원)

- 초중고 몰카 점검 위해 교육청에 탐지장비를 보급

- 대학의 경우 탐지장비 자체 확보해 상시 점검하도록 유도

-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하지만 이 모두 현실성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몰카가 공공화장실에만 설치돼 있는 게 아닌데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촬영 자체를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포 시장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변형카메라 등록제에 대해 A 업체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 종류도 많고 물량도 많아 전량 등록해 관리한다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개조해서 쓰는 범죄자를 잡아야지 정상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을 잡으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결국 약한 처벌이 사태를 지금까지 키워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폭력처벌특별법에 따르면 몰카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이 내린 처벌 중 가장 많았던 건 벌금형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이 피해자에게 끼치는 데미지에 비해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 심각성을 알리기 힘들다”며 “현행법에선 촬영죄와 유포죄가 구분돼있지 않은데, 유포죄는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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