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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응급실②]규정 강화에도 ‘솜방망이’ 처벌…“의료진ㆍ환자 등 폭력에 무방비”
[사진=연합뉴스 제공]

-“초범ㆍ음주 이유로 처벌 미미…강화 절실”
-의료인들 “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 절실해”
-“의료기관 경비원에 권한 더 줘야” 주장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전의 한 중형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A(30) 씨는 지난 2월 진료 도중 난데없는 폭행을 당했다. 한밤중 두통을 호소하며 한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와 중독성이 있는 특정 진통제 처방을 요구했고, A씨는 중독성을 이유로 다른 진통제를 처방하려 하자 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환자의 주먹에 맞는 등 피해를 입었고, 뒤늦게 보안요원과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정리됐다. A씨는 “지방 병원의 경우 응급실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의료 인력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주취 폭행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진료 도중 응급의학과 과장이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익산 응급실 폭행사건을 두고 일선 현장에서는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안인력이 배치된 대형병원조차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응급실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등 의료인 800명이 모여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범의료기관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섭외이사는 “이번 사건의 무차별 폭행 영상을 보고 응급의료종사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 CCTV나 SNS가 없었다면 또 소리없이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 앞에 모인 의료인들은 응급실 폭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익산 폭행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응급 환자 진료를 폭행 등으로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정작 사건이 벌어지면 초범이나 음주 등을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의료현장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이전에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진료 도중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지난 2015년 법이 한차례 강화된 이후로 많이 줄어들어 응급실 폭행 건수는 한달에 1건 정도”라며 “서울 내 대형병원은 사정이 비교적 괜찮지만, 열악한 환경의 중소병원은 안전을 위해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제도적 개선에도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며 “환자와 의료진 안전을 위해 의료기관 폭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사법당국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응급실 폭력 상황을 대비하고자 보안요원을 상시 배치하고 있지만, 경비 인력에만 까다로운 법 탓에 현장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소재 여러 중형병원 응급실의 보안을 맡은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경비업법 조항 탓에 적극적으로 취객을 제압하려다 쌍방폭행 시비에 휘말리는 직원도 상당수 있다”며 “의료기관 등에 근무하는 전문 경비인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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