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교과 업무도 벅찬데…학폭전담 선생님 이중고
가해자·피해자 학부모 항의 일쑤
공정성 시비땐 교사에 모든 화살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라고 하면 다들 표정부터 바뀌죠. 업무도 부담이지만, 한 번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리면 학부모 전화에 서류작업까지 쏟아지니 서로 안 맡으려고 눈치만 보게됩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부터 학교폭력 전담 업무를 맡았다.

올해는 담당자가 바뀔 예정이었지만, 정작 학기 초가 되자 다른 교사들이 업무를 맡기 싫다며 피해 결국 A 씨가 해당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A 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1년 내내 학부모 항의에 응대하느라 수업이 불가능한 정도였다”며 “가해자 측 학부모가 수업 도중 학교로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수업을 멈춘 적도 있다”고 했다.

학폭위가 열릴 때마다 교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담당 교사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업무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 측 항의를 모두 받아내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상급기관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해결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학폭위 업무를 맡으며 가장 답답할 때는 징계 내용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붙었을 때라고 A 씨는 답했다. 현행 학폭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와 학부모대표 등을 포함한 5~10명으로 구성되는데, 과반수가 학부모 대표다 보니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폭위에 제출된 담당 교사의 보고서가 학폭위 징계 수위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들이 직접 사실 관계 조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 종로구의 중학교 교사 윤모 씨 역시 학폭위의 징계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윤 씨는 “회의를 소집하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권한이 없는 위원이 대신 출석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료 한 번 읽어보지 않은 위원들이 징계 내용을 결정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보고서를 쓴 교사 탓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교사 개인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담당 교사는 회의 소집과 보호자 확인서 발송, 회의록과 기록지 작성을 모두 맡는다. 한 사건당 작성해야 하는 문서만 수십 장에 달하는데다 재심과 소송으로 확대될 경우 업무는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에서는 학폭위를 학교 내부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교육 업무에 집중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학교 폭력 업무는 상급기관에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총이 지난해 11월 전국 교사와 교육전문직 등 119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4%가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외부전문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