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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관 후보 ‘행정처-순혈주의’ 깼다
순수 변호사 출신 김선수, 행정처 경험없는 이동원·노정희 지명…국회 통과땐 여성대법관 역대 최다 4명

신임 대법관 후보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이 지명됐다. 순수 변호사 출신의 김 후보자로 대법원 ‘순혈주의’를 깼고,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판사를 불러들이면서 사법행정과 재판을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일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창석(62·13기), 김신(61·12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 변호사 등 3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세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정식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대법관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향후 대법원 판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온 김 후보자는 노동사건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회장 출신 인사 중에서는 송두환(69·12기)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을 지낸 적이 있지만,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낸 김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면서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지명되지는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야권의 반대가 예상돼 ‘낙마 부담’을 덜기 위해 2020년 총선 이후에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1곳에서 승리하면서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가 수월해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30석, 김 변호사에게 우호적인 정의당이 6석으로 30석으로 보유한 바른미래당 일부가 찬성하면 과반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전북 진안 출신의 김 후보자는 서울 우신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했다. 판사 임관을 하지 않고 줄곧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다른 두 후보자는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동안 법원행정처 요직을 거치며 정치권과 인맥을 쌓고, 정무적 감각을 가진 판사들이 대거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법원 독립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재판업무와 사법행정을 분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91년 판사 임관 이후 27년간 재판업무에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다.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법리에 해박하고, 도산법과 행정사건 분야 전문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서울 출신으로, 경복고-고려대 법대를 나왔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노 후보자는 판결을 통해 여성과 아동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 동신여고-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한 뒤 판사에 임관했고, 다산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가 1995년부터 5년간 변호사 활동을 하다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다. 노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은 역대 최다인 4명이 된다. 현재 김소영(53·19기), 박정화(52·20기), 민유숙(53·18기) 등 3명의 여성 대법관이 재임 중이다.

김 후보자 등이 대법관에 임명되면 ‘김명수 대법원’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 대법원장과 조재연(61·12기), 박정화, 안철상(61·15기), 민유숙 대법관이 임명됐다. 이번에 제청된 대법관을 더하면 전원합의체 구성원 13명의 과반을 넘는 8명이 새 인물로 채워지는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11월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도 지명한다. 좌영길 기자/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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