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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철 코인빨래방 몰리는 자취생들…“좁은 방, 빨래 널 곳조차 없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코인 셀프빨래방에서 장마철 밀린 빨래를 하고 있는 이용객들의 모습. [이민경 수습기자coldshoulder@heraldcorp.com]

-1인가구 밀집 대학가 한 집 건너 셀프빨래방
-“통풍ㆍ채광 안되는 자취방에선 세탁도 골치”
-500원에 4분…“비좁은 방 세탁기 놓기에 좁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ㆍ이민경 수습 기자]“지금까지 여기에 쓴 돈만 모아도 세탁기 한 대 값은 될 걸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학가의 코인 셀프빨래방은 밀린 빨래를 하러온 자취생들로 북적였다. 세탁기 4~6대에 초고온 건조기를 갖춘 이곳은 동전을 넣고 빨래부터 건조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 1인 자취생이 밀린 빨래를 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만원 남짓. 세탁기를 4분 돌리는데 500원이 든다. 세탁기에 한 가득 넣은 빨래를 모두 돌리려면 최소 30분인데다 건조까지 하면 꼬박 1시간이 걸린다. 이날 코인빨래방에서 만난 한 남성은 지루했는지 대기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단잠에 빠졌다.

이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빨래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취방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마포구 망원동의 한 빨래방에서 만난 자취 5년차 직장인 정민배(32) 씨는 집에 세탁기를 일부러 두지 않았다. 그는 “집이 5평인데 세탁기를 두면 더 좁아진다”며 “빨래를 말리려면 반나절 넘게 건조대를 펴두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좁은 집이 더 답답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코인 셀프빨래방에서 장마철 밀린 빨래를 하고 있는 이용객들의 모습. [이민경 수습기자coldshoulder@heraldcorp.com]

노고산동에 위치한 빨래방에서 만난 대학생 조요한(24) 씨 역시 장마철 실내에 빨래를 널 공간이 없어 건조기를 돌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빨래하는데 7000원이 들었다. 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 치고는 비싼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3~5평 원룸 자취방이 밀집한 망원동, 노고산동 등 대학가에선 장마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셀프빨래방을 찾는 자취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고도균(24) 씨는 “세탁기가 있을 때 빨래를 한 번 하고 나면 방이 너무 습해져 제습기를 돌려야 할 정도였다”며 “여기서는 한 시간 만에 건조까지 할 수 있으니까 굳이 집에 세탁기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돈이 없어서 작은 방을 구했는데 빨래를 할 때마다 돈을 써야 하는 게 아이러니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대학생 김모(24ㆍ여) 씨는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작은 방을 구했는데 통풍이 안되어 빨래는 물론 밥도 밖에서만 먹는다”고 토로했다. 망원동에 사는 직장인 정민배(32) 씨는 “가끔 본가에 내려가면 집 안에서 생활을 다 해결할 수 있어 이게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3평이 채 안 되는 작은 방에서 잠만 해결하는 일부 자취생들에게 빨래는 가뜩이나 좁은 방에 공간을 차지하는 답답한 존재였다. 이들의 수요에 힘입어 셀프빨래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한 블록마다 빨래방이 들어올 만큼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바로 길 건너에도 새 매장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셀프빨래방 뒤에는 통풍과 채광이 안 되는, 비좁은 청춘의 집이 있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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