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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기름 한통에 치킨 딱 58마리…정직과 신뢰를 팝니다”
바른치킨을 운영하는 이문기 이루에프씨 대표. 이 대표는 기름 한 통으로 깨끗한 치킨맛을 낼 수 있는 ‘58마리’ 경영을 브랜드 신념으로 지키고 있다. 정직과 신뢰를 판다는 철학이 엿보인다.

-바른치킨 운영하는 이문기 이루에프씨 대표 만나보니…
-이 대표의 철학 ‘食으로 세상을 이롭게…신뢰를 판다’
-‘기름 한 통에 58마리’ 조리기준…철저한 카운팅 지켜
-창업 시 리모델링 대신 경제적ㆍ친환경적 ‘업사이클링’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깨끗한 기름에 튀긴 치킨을 먹고 싶다’는 이유였다. 제아무리 맥주를 부르는 치킨이라지만, 탁한 기름을 볼때면 입맛이 절로 떨어졌다. ‘이럴 바엔 내가 튀긴다’. 바른치킨은 그렇게 탄생했다.

“치킨은 다 맛있죠. 하지만, 정말 맛있는 치킨은 깨끗한 기름에서 갓 튀긴 치킨입니다. ‘바른치킨’의 진정성은 기름에서 시작합니다.”

‘깨끗한 기름’을 유독 힘주어 말하는 그는 바른치킨을 운영하는 이루에프씨 이문기(50) 대표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내동 바른치킨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대한민국 치킨 기름 표준을 만들어 최고의 치킨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전국 150여개 바른치킨을 운영하고 있다.

▶“기름교체 후 ○○번째 튀긴 치킨입니다”= 바른치킨은 지난 2015년 론칭했다. 타 프랜차이즈 업계서 몸담았던 이 대표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2009년 오븐베이크치킨전문점 땡큐맘치킨을 론칭한 후 두번째로 시작한 치킨브랜드다. 그는 애초에 바른치킨의 초점을 기름에 맞췄다. 이를 위해 청정(淸淨) 산가를 만들어야 했다. 산가란 유지(油脂)나 지방 1g속에 들어 있는 유리된 지방산을 중화하는 데 필요한 수산화칼륨 양을 ㎎으로 표시한 수치로, 조리식품 튀김기름의 산가가 높으면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식약청 식품위생법은 튀김용 식용유지의 산가를 3.0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른치킨만의 차별화된 인기메뉴 ‘대(大)새 치킨’.

“막연히 깨끗한 기름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과학적인 기준이 필요했죠. 오뚜기 중앙연구소에 찾아가 ‘치킨 조리용 기름의 기준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무작정 의뢰했어요. 연구원들이 테스트값을 얻기 위해 수 백번 샘플을 채취해 적정 산가와 산폐도를 찾아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기준이 18ℓ 기름 한 통에 58마리입니다.”

실제 바른치킨 매장에서 치킨을 시키면 ‘기름교체 후 ○○번째 튀긴 치킨입니다’라는 라벨이 치킨접시에 붙는다. ○○은 1부터 58까지 사이의 숫자다. 치킨의 이력서처럼 붙은 넘버링에 손님들은 ‘신기하다’, ‘재미있다’며 호기심을 갖는다. 신뢰도는 절로 따라온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마지막 58번째 치킨에 당첨된 손님에게는 무료로 치킨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식약청 기준, 기름 교체 산가는 3.0, 저희가 튀긴 58번째 기름 산가는 0.78이에요. 기준치를 한참 밑도는 깨끗한 기름이죠. 하지만 58번째 손님 입장에서는 괜시리 억울(?)할 수 있잖아요. 최대한 손님입장에서 생각해 무료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전략이다.

▶바른치킨 간판 단 가맹점주는 돈을 벌어야 한다=바른치킨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차별화된 메뉴다. 진리의 ‘반반 무많이’(프라이드 반 양념 반) 메뉴를 제외하고 바른치킨의 대세 메뉴는 ‘대(大)새 치킨’이다. 바른치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치킨으로, 연구개발(R&D)팀에서 자체개발한 간장소스를 베이스로 쫄깃한 떡과 로브스터 새우를 12마리나 투척했다. 치킨와 새우의 조화에 알싸한 청양고추 토핑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밖에도 국내산 햅쌀과 현미파우더로 반죽을 입힌 ‘현미바사삭’도 이름 그대로 바삭바삭한 식감으로 인기가 좋다. 자극적이지 않고 마일드한 ‘단짠’(달고 짠) 메뉴인 ‘인절미 치즈 치킨’도 별미다.

“바른치킨만의 독자적 메뉴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현재는 단순 시즈닝이나 토핑을 새롭게 하는 데서 나아가 바른치킨만의 염지법(닭의 보존성을 높이고 치킨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만들기 위해 연구중입니다. 캡사이신 대신 청양고추 착즙 액기스를 넣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천연 맛내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현재 3명인 연구원 인력에서 2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론칭 3년차, 이 대표는 무리한 가맹점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가맹점주와 상생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며 “가맹점의 비용절감과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매장 업사이클링 전략이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철거와 동시에 엄청난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15~20평 매장 하나에 나오는 폐기물양만 4~5톤 가량이에요.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비용부담도, 환경부담이 만만치않죠. 업사이클링은 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페인트와 조명, 간판, 주방 등 최소한의 시공만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고가의 인테리어 비용을 청구해 마진을 취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상반되는 행보다.

치킨에 대한 깐깐한 기준과 가맹점주와의 상생철학으로 바른치킨의 성장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2015년 론칭 당시, 가맹점 월평균 매출이 1880만원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2237만원으로 뛰었고 가맹점은 148개점까지 늘었다.

“음식장사란 결코 ‘돈벌이’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먹거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외식업을 하려면 음식에 대한 사명감, 자부심,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소양을 갖춘 예비 창업자에게만 바른치킨 브랜드를 공유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일단 바른치킨 간판을 단 가맹점주는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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