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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무없이 인센티브만…시장서 통할까?
올해 초 분양한 서울 강남의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구름 인파가 몰려든 풍경.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로또 청약’ 열풍으로 인한 이러한 풍경이 사라질 수 있다.

내용 부실·실효성도 의문시
소비자, 시세차익 기회상실
건설사, 사업시행 부담급증


선분양 vs 후분양.

적절한 주택 공급 방식으로 오랜 논쟁의 대상이 돼 온 두 제도가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다. 정부가 건설사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후분양제를 장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후분양제가 의무화되지 않고도 자생력을 갖고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담은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 수정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부문은 공공택지 우선공급ㆍ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의 혜택을 줘 후분양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의무화 대신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확대로 가닥을 잡으며,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분양과 후분양을 경쟁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후분양은 이론적으로는 장단점이 있는데 한국적인 현실에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아 ‘임상실험’이 필요한 단계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는 후분양제의 참패를 예상한다. 우선 ‘공정률 60% 이후 분양’이란 기준이 어정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정률 60%면 골조 공사도 완전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태다”라며 “선분양과 마찬가지로 견본주택을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세 차익 기회와 시세하락 위험을 수분양자에서 건설사로 넘어간다는 점도 애매하다. 선분양의 경우 분양 후 준공되기까지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수분양자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가 시세대로 값을 매겨 팔게 돼 차익을 가져갈 수 있다. 달리 보면 아파트가 애매한 ‘미래가치’가 제외된 값에 거래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건설사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선분양은 수분양자로부터 분양 대금을 받아 사업비로 쓸 수 있지만, 후분양은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 하나로 사업비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하기는 했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신통찮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지원수준이 매력적이지 않아 자금력 약한 중소사 입장에서는 공공택지를 분양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분양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제는 분양권 전매제한 같은 제도로 투기 문제를 보완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후분양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정책 조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굳이 후분양제를 의무화하지 않아도 주택 소비 성향에 따라 차차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선분양과 후분양은 각각 어울리는 사업 방식이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아파트 선호 문화와 표준화된 주택을 대량 공급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선분양이 자리잡은 것인데, 이러한 전제 조건이 사라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후분양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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