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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세계 1위 독일을 꺾다니…” 16년만에 진동한 광화문의 함성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 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열띤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독일전 완승에 16강 좌절에도 광화문은 ‘축제’
-“최종전서 투혼 발휘한 선수들 보며 눈물났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꿈이냐 생시냐” “보고도 믿을 수 없다” “마지막 경기라서 아쉬울 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세계랭킹 1위를 잡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거리응원단은 소리를 지르며 서로 얼사앉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0-0으로 비겨도 대만족이라고 여겨졌던 후반 종료 직전 기적과 같이 2골이 폭발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도 감동은 그대로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28일 새벽 1시, 2-0이라는 경기 결과가 전광판에 나오자 시민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경기를 마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울고 있었고, 예상 밖 완승에 거리 응원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경찰추산 6000여 명이 모여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지켜봤다. 서울광장 2000명, 강남 영동대로 1만 명 등 이날 서울에서만 거리응원전에 나섰다.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의 경기가 열린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한국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료직전 기적의 2골”에 시민들 열광=대한민국의 진짜 경기는 90분이 지난 후반 추가시간부터였다. 후반 추가시간 4분 김영권이 코너킥 상황에서 절묘한 슛으로 첫 득점을 만들어냈고, 뒤이어 후반 8분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졌다. 연이은 골에 광화문 광장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출근을 6시간 앞뒀다는 백(42)모 씨는 “우리가 세계 최강 독일을 이기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FIFA랭킹 1위 독일을 꺾을 거라고 예상한 국민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전광판에 “대한민국이 80년만에 독일의 16강 진출을 무산시켰다”는 자막이 나오자 동시에 환호했다.

직장인 김태연(35ㆍ서초구) 씨는 “믿을 수 없는 경기다. 앞선 두 경기에서 뛰었던 그 선수들이 맞나 싶다”며 “이렇게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 아쉽다. 그러나 오늘 경기로 우리나라 축구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정신이 없는데 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 이긴 아시아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 역사가 될 경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학생 이정수(27) 씨도 “그동안 선수들 심적으로 많이 괴로웠을텐데 그걸 이겨내 너무 대단하다”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보람도 보람이지만,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 보여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늘 밤 잠 못잘 것 같다”고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특히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조현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대학생 이가영(21ㆍ영등포구) 씨는 “조현우 너무 잘한다. 몇 번이나 위험한 슛을 막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경기 MVP는 당연하지 않나”라며 감탄했다. 실제 독일전 유효 슈팅 6개를 온몸으로 막아낸 조현우는 FIFA가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기도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후반전 초반은 양측의 공방 사이 위기의 연속이었다. 후반 1분부터 정우영의 유효슈팅에 이어 곧바로 위기가 이어졌다.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슛을 시도하는 순간, 전광판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탄식을 내질렀다. 조현우의 선방으로 위기가 한차례 넘어갔지만, 놀란 시민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응원을 왔다는 지성호(41) 씨는 “전반에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갖게 됐지만, 떨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명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후반 10여 분, 동시에 경기를 치르고 있는 스웨덴이 멕시코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민들은 더 가슴을 졸여야 했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이기면, 한국은 독일전 승패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은 좌절되기 때문이다. 일부 응원객들은 큰 소리로 “스웨덴이 골을 넣어 큰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후 독일의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대표팀이 간간히 역습에 나섰다.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 6분이 더해지고 난 후 우리 선수들은 힘을 냈다. 후반 막판 김영권이 문전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결승골을 터뜨렸고,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이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경기종료를 알리는 심판 휘슬이 울릴 때, 광화문 붉은악마는 일제히 “이겼다”는 구호를 외쳤다.

“결국 해냈다. 두번째 손흥민 골은 독일 상대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밤 새고 출근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직장인 황준호(29ㆍ관악구)씨의 마지막 소감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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