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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경기도, 응원문화도 이겼다…떠난 자리도 깔끔
28일 오전 1시께, 독일전 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있다.

-지난 경기 때와 달리 깨끗한 거리 모습 보여줘
-미화원들도 “시민들 덕분에 청소 빨리 끝났다”
-“값진 승리에 기분 좋게 쓰레기 치울 수 있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전 국민의 체증을 씻어낸 값진 승리였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모처럼의 대승을 자축한 시민들은 경기 내용만큼이나 훌륭한 시민의식으로 이번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 모인 6000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좀처럼 광장을 떠나지 못했다. 한동안 자리에 남아 승리의 기분을 만끽한 시민들은 자리에 놓인 쓰레기를 직접 치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버린 쓰레기가 아니더라도 솔선수범해 치우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시민들의 손길로 광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쓰레기봉투는 가득 찼고, 그때마다 미화원들의 손도 바빠졌다.

경기가 종료된 지 1시간 정도가 지난 이날 오전 2시께, 응원 열기로 뜨거웠던 서울 광화문 광장은 어느 때보다도 깔끔한 모습이었다. 끝까지 자리에 남은 미화원들도 대부분 청소 작업을 정리하고 철수를 서둘렀다. 거리응원 직후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탓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지난 경기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스웨덴전이 벌어졌던 지난 18일만 하더라도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 탓에 미화원들은 출근시간 직전까지 광화문 광장을 치워야만 했다.

이날 청소 작업에 투입된 종로구청 소속 미화원들은 입을 모아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미화원 김창덕(68) 씨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치우는 데 동참해줬기 때문에 오늘은 작업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며 “지난 경기 때만 하더라도 3시를 넘겨서까지 작업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거리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다른 환경미화원 역시 “지난 멕시코전과 비교하면 오늘 작업량은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청소가 아예 필요 없는 곳도 곳곳에 보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면서 이날 광화문 광장 주변은 지난 두 경기 때보다 깨끗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청소뿐만 아니라 응원 내내 보여준 질서정연한 모습도 성숙한 응원문화를 빛냈다.

이날 세종대로는 차량 통행이 허가됐다. 건널목마다 배치된 경찰과 모범운전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차량은 많은 인파 속에서도 막히지 않고 정상 운행할 수 있었다. 이날 응원전 내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도로를 통제한 모범운전사 이종현(59) 씨는 “시민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 응원전 내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거리응원 주최 측의 꾸준한 안내도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응원에 참가한 박노준(49) 씨는 “음주나 흠연 금지 안내부터 행사 직후에도 ‘쓰레기는 꼭 챙겨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안내가 계속돼 응원 후 까먹지 않고 쓰레기를 챙길 수 있었다”며 “시민들도 값진 승리 덕분에 기분 좋게 쓰레기를 치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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