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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한 한국사회④]“인간관계 피로해 혼자가 좋다”…관태기 겪는 청춘들
[사진=123rf]

-‘감정소모 싫어’ SNS끊고 모임도 인맥 다이어트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관태기 긍정도 늘어
-“주변과의 적극적인 관계 노력이 정신건강에도 도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박동주(26) 씨는 얼마 전까지 열심히 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아예 삭제했다. 어느 순간 SNS 활동이 의미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도 원인 중 하나지만, 박 씨는 “쓸데없이 인맥만 늘리면서 오히려 주변 눈치를 보는 등 SNS 탓에 감정을 소모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SNS 활동과 더불어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도 이른바 ‘인맥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참여하던 모임에서 나온 데 이어 정말 친한 친구 3~4명을 제외하면 요즘에는 연락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박 씨는 요즘이 제일 편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인간관계의 권태기’를 뜻하는 ‘관태기’는 이제 청춘들 사이에서 당연한 현상이 돼버렸다. 대면으로 만나는 상황을 꺼리는 데서 넘어서 아예 연락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청춘들이 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관태기가 한창인 청춘들은 “억지로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며 관태기를 긍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4년차 직장인인 이성주(30) 씨도 지난해부터 ‘혼밥’을 즐기는 등 한창 ‘관태기’에 빠져 있다. 입사 초기만 하더라도 친한 회사 동료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점심을 먹는 걸 걸 즐겼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혼자 점심시간을 즐기는 편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이 씨가 회사 동료와 사이는 나쁜 것은 아니다.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이 씨는 업무는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업무에 불편하지 않은 정도까지만 어울리고 싶다”며 “이제는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 것도 하나의 감정노동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청년들의 관태기는 이미 일상이 됐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대학생 14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0%가 현재 관태기를 겪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춘들이 관태기를 겪고 있는 이유로는 ‘취업준비와 과제 등에 지쳐 인맥을 관리할(늘릴) 시간적ㆍ정신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44.7%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단체 활동보다 혼자하는 활동이 편하고 좋아서’(32.9%), ‘조별과제, 동아리 등 단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29.7%)가 뒤를 이었다.

예전에는 관태기를 답답하게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관태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청춘도 늘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아웃사이더를 뜻하는 ‘아싸’의 대척점으로 ‘인싸(인사이더)’가 등장했다. SNS 등을 통해 주변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인싸’들은 입학이나 입사부터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러움과 함께 조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소위 “친구가 밥 먹여주느냐”는 말과 함께 “인싸처럼 지내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느니 혼자 뜻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사회의 기본인 인간관계를 거부하는 ‘관태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도 관태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전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관태기 증상은 인간관계 등에서 피로감을 느껴 이를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며 “사람은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생활해야만 하기 때문에 주변과의 적극적인 관계 설정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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