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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한 한국사회③] 사후 뒤늦게 발견, 가족은 수습 거부…‘고독사’ 年 2000명
[사진=헤럴드경제DB]

-수습할 가족 없어…무연고추모의 집에 시신 안치
-399만 고령자가구 중 1인가구 33% 위험에 노출
-TF꾸려 대책 마련 나섰지만…정확한 통계조차 없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한 주택가에 경찰과 동사무소 직원이 출동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주민 주모(53) 씨가 2주 넘게 연락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수상함을 느낀 복지 담당 공무원이 경찰에 확인을 부탁했고, 주 씨가 사는 집에 도착한 경찰과 동사무소 직원은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주 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숨진 지 2주가 넘어 악취도 심해 집 밖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주 씨의 집은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3분도 안 되는 번화가 근처였지만, 그동안 주 씨의 죽음을 알아챈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주 씨의 사망 이후에도 시신을 수습하겠다는 가족은 없었다. 결국, 주 씨는 절차에 따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돼 경기도 파주의 무연고추모의 집에 봉안됐다.

공무원이 집까지 찾아와 준 주 씨의 경우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미 심하게 부패할 정도로 오래된 무연고 시신이 발견됐다.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생계를 꾸려가던 강모(68ㆍ여) 씨였다. 1065세대의 대단지였지만, 악취가 심해질 때까지 강 씨의 집 문을 두드려본 이웃은 없었다.

화장실에 쓰러져있던 강 씨를 발견한 경찰은 사망 원인을 확인하려 했지만, 워낙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시신을 찾아가려는 가족도 없어 시신은 지자체에 인계됐다. 강 씨는 결국 화장돼 서울 시립 무연고추모의 집에 봉안됐다.

이처럼 고독사 문제는 더는 방치하기 힘든 상황에 다다랐다. 주변과의 사회적 관계가 모두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고 잊혀지는 일이 주변에서 반복되며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제대로 된 안전망도 없어 고독사하는 사례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0명으로 지난 2013년 1280명에 비해 절반이 넘는 수준인 57%가 늘어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 수의 증가 폭은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464명에 그쳤던 노인 무연고 사망 건수는 지난해 835명까지 늘었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노인층인 셈이다.

문제는 현재도 심각한 고독사 위험이 노인 1인 가구 급증과 맞물려 더 심각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현재 399만9000여 가구에 달하는 고령자 가구를 유형별로 보면, 1인 가구 비중이 33.4%로 가장 많다. 노년 인구 3명 중 1명은 혼자 살며 고독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 비율은 오는 2045년 34.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 지자체 일선 복지 담당 관계자는 “노년 빈곤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의 문제”라며 “시신을 인수할 돈도 없어 가족을 무연고 시신 처리 하는 모습이 늘어날 때마다 고독사 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고독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자체는 노년층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고독사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고독사 통계부터 일원화되지 않아 가족이 시신을 찾아가지 않는 무연고자 사망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가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범정부 고독사 TF’를 만든 정부는 고독사 통계 작성을 비롯해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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