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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에…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美 대형기업 보복피해 해외로
中 철강업체도 동남아로 이전


트럼프발 세계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자구책 마련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기업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를 피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미국의 대중 관세폭탄의 여파로 동남아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최근 무역전쟁이 관세 뿐 아니라 투자제한, 환율전쟁 등 전방위로 번지면서 동분서주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드슨은 이날 공시자료를 통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9~18개월에 걸쳐 해외로 이전하겠다”며 “(회사가) 지속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드슨은 그간 미국 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등에서 수출용 오토바이 대부분을 생산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생산은 관련 시설이 있는 인도, 브라질, 태국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EU의 대미 보복관세 리스트에 오토바이가 포함된 데 따른 조치다.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EU의 철강ㆍ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매긴 것에 반발, 지난 22일부터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할리 데이비드슨은 기존 EU 수출 시 6%의 관세를 부담했지만, 이번 조치로 관세 수준이 31%로 높아졌다. 이로써 오토바이 한 대를 EU에 수출할 때 드는 추가 비용은 2200달러로 추산됐다. 총액으로 따지면 올해 3000~3500만달러, 내년에는 1억달러에 이르자 이런 자구책을 마련하게 됐다.

외신들은 보복 관세를 피해 국내 생산을 축소한 첫 기업이 나타난 데 우려를 표했다. CNN 방송은 “무역전쟁이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났다”며 “노동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의 접근법이 역효과를 나타낸 사례”라면서 미주리 주의 한 공구제조업체가 철강 가격 상승의 부담을 못 이겨 직원 500명 중 60명을 해고한 사례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기업 중 할리 데이비드슨이 가장 먼저 백기 투항했다는 데 놀랐다”며 “세금(관세)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맞은 또 다른 국가인 중국은 동남아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철강회사들이 최근 4년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연간 32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철강 생산 프로젝트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6년 기준 아세안(ASEAN) 전체 철강 소비량의 40%에 달한다.

FT는 “철강은 미중간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품”이라며 “중국 생산업체들은 동남아 공장에 투자해 관세 위협 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판매ㆍ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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