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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보수, 해법은] 현장도 초선도 전문가도 ‘인적쇄신’만이 살 길
[사진=연합뉴스]

-10년간 고인물 보수의 한계가 지방선거 위기로 나타났다는 진단
-30ㆍ40대 한국판 캐머런, 마크롱이 필요할 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결론은 인적 쇄신이다. 선거 현장에서 극한의 위기를 몸소 체험한 젊은 후보들도, 이를 주변에서 지켜본 초선 의원들도, 또 밖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지켜본 전문가들도 이구동성 ‘인적쇄신’만이 보수의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정치의 위기를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인적쇄신’을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헤럴드경제가 한국당 초선 의원 17명을 대상으로 혁신 과제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인적쇄신’을 꼽는 의원이 9명으로 집계됐다. 바른미래당 등과 통합이나 정책 및 이념 지향점 수정이 먼저라는 응답자는 각각 3명과 1명에 불과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새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권자들에게 보수의 가치를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할 새 인물만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보수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권형기 서울대 교수는 “보수에 제대로된 변화가 없었다. ‘기존의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방식’을 극단적으로 변화없이 고집했던 점”을 보수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해법은 역시 인적쇄신으로 귀결됐다. 권 교수는 “정치와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는 사람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런 눈에 띄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새 지도자를 물색하는게 당면과제”라고 꼽았다.

선거 현장에서 보수의 위기를 온 몸으로 바닦부터 느낀 젊은 선거 출마자들의 말도 같았다.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내가 7년째 마지막 ‘젊은 보수’다. 남원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세대는 세 명이라도 되는데, 지금 젊은 세대엔 나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더 없다”고 정체된 보수진영의 현실을 한탄했다.

같은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현직 보수 의원 다수가 식물인간 상태”라고 비판한 강 변호사는 “나를 죽여서라도 살리겠다는 사람이 10명만 있었다면 선거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인적쇄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수 토론회에서도 인적쇄신에 대한 주문은 끊이지 않았다. 김진 전 논설위원은 이날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새 인물을 수혈해 세대교체를 이뤄야 하며 자유민주 이념을 지키면서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명을 바꾸고 소수 정당을 흡수하고, 또 일부 원외 인사를 보충하는 형식적인 변신이 아닌, 보수의 내용물을 새 인물로 채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인적쇄신을 통한 보수 정치의 위기탈출은 정치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우리의 과거 정치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의 은퇴 후 ‘다우닝가 10번지’를 진보 진영에 뺏긴 영국 보수당은 39세 캐머런이라는 새 당수를 앞세워 15년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새 인물이 말하는 ‘따뜻한 보수’라는 새 구호가 얼어붙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열풍’으로까지 묘사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사회당의 반복된 실정에도 좀처럼 정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보수층을 대신해 ‘중도’와 ‘실용’을 앞세운 마크롱은 선거 열풍을 넘어 프랑스 정치와 사회의 대변혁을 이끌고 있다.

보수 정당 내 한 인사는 “의원 전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 서약서를 비대위에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도높은 인적쇄신이 이뤄져야만, 유권자들 앞에 다시 설 명분이 생길 것”이라며 10년간 제대로 된 새 인물 하나 만들지 못한 한국 보수 정치의 현실을 비판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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