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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보니 -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 소음 줄인 ‘조용한 대용량 건조기’ 실감
1회 160원대…에너지 효율 극대화
이불 등 큰 용량 세탁물도 거뜬
온도 60도 안넘어 옷감손상 없어


[편집자주] ‘헤보니’는 ‘헤럴드경제신문 산업섹션 기자들이 해보니’의 준말입니다. 기자들이 각 분야와 제품 등을 직접 체험해본 뒤 객관적으로 기사를 만듭니다. 해보니, 타보니, 써보니, 가보니, 만나보니 등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런 걸 해봐달라’는 요청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여름철 1~2시간 만에 빨래를 말리던 베란다의 건조기가 한겨울에 3~4시간씩 도는 현상은 그랑데에선 더이상 없을 겁니다.”

2년 전만해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건조기 시장이 작년 60만대, 올해 10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세탁기ㆍ냉장고와 같은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14kg 건조기 ‘그랑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건조기 시장에서 대용량 시대의 막을 올렸다고 평가받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박승일(왼쪽) 연구원과 윤태호 연구원이 핵심부품인 ‘8극 모터’를 손에 들고 국내 최초 대용량 14kg 건조기 ‘그랑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지난 12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생활가전동 1층 프리미엄하우스에서 ‘그랑데’의 탄생을 이끌어낸 주역 5명을 만났다.

건조기의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을 담당한 이들 ‘그랑데 산파 5인방’은 “그랑데를 한국 가정의 세탁환경에 최적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히터와 제습기의 원리를 동시에 이용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윤태호(모터개발)ㆍ박승일(컴프레서개발)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원들(부장)은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대용량 건조기를 개발한 배경은 건조기 용량이 세탁기보다 작아 세탁을 마치고 두번에 나눠 빨래를 말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큰 이불 건조가 어렵다는 소비자의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건조기 대형화를 위해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방식’과 ‘멀티 8 인버터’ 기술을 적용, 성능은 높이고 소음과 전기료는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방식은 적정 건조온도인 60도에 도달할 때까지는 히터로 열을 올려주고, 빨래 건조시에는 저온 제습방식(80도 이상의 열풍건조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60도에서 제습하는 건조방식)을 적용한 삼성의 독자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국내 그랑데에 첫 도입했고 향후 호주와 북미 제품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원욱 전략마케팅담당은 “그동안 겨울철 베란다에 둔 건조기가 한나절씩 돌아간다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는 최적온도에 도달하는 시간까지 히터를 틀어줘 예열시간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최적 건조온도 도달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인버터 저온제습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최적온도에 도달하는 초반 20분간 히터가 돌아가면 옷감이 상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복은 전략마케팅담당은 “보통 옷감 손상은 60도 이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이브리드 히트펌프에서 히터는 60도에 도달할 때까지만 작동하기 때문에 옷감 손상을 일으킨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용량이지만 조용한 건조기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히트펌프의 핵심부품인 ‘멀티 8 인버터’다. 

연구인력 20여명이 10만여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2년만에 완성했다. ‘멀티 8 인버터’란 모터의 회전체를 8극(8각형)으로 늘려 원형에 가깝게 구현한 모터 방식을 말한다. 경쟁사의 모터가 4~6극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자가 직접 8극 모터를 돌려보니 마치 둥근 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돌아갔다. 반면 4극 모터는 ‘드.드.득’하면서 극이 회전할 때마다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윤태호 연구원은 “8극 모터는 부드럽게 회전하기 때문에 컴프레서 진동을 감소시켜 소음을 줄여주고, 향상된 운전능력으로 더 빠르게 적정 건조온도에 도달해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14kg 대용량 건조기 ‘그랑데’. 그랑데는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방식으로 겨울철 베란다에 둬도 건조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제공=삼성전자]

그랑데의 1회 건조 시간은 59분으로, 평균 1시간 이상인 건조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전기료는 1회 건조시 164원(에코모드)에 불과하다.

소음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박승일 연구원은 “음 반사가 없는 무향실에서 70개 부품 하나하나를 교체하면서 소음과 진동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랑데의 소음 수준은 67.5dB(데시벨)로, 삼성전자의 최초 건조기 모델 대비 소음을 50% 줄였다. 환경부 기준 일상 소음은 60dB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뜨거운 감자’인 먼지필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랑데는 출시 직후 일부 제품에서 세탁물이 기기 내부 먼지 필터를 막는 결함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새로 설계된 2차 먼지필터를 구입고객 전원에게 배송했고, 2차 필터에도 불만을 제기한 일부 고객에게는 3차 필터를 제공했다. 현재 생산되는 그랑데 건조기에는 3차 필터가 탑재된다.

박충우 상품기획담당은 “14kg 건조기를 처음 개발하다보니 아기손수건 같은 가벼운 세탁물을 테스트 과정에서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며 “소비자에 불편을 끼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이원욱 전략마케팅담당은 “3차 필터에 대해 접수된 고객불만은 한 건도 없다”면서 “필터 문제일 뿐 핵심부품이나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방식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필터논란에도 불구 그랑데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원욱 마케터는 “대용량 수요가 예측보다 두배 이상”이라며 “생산캐파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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