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7세 나이차 김정은 쓰다듬고 안내해
-인공기ㆍ성조기 6개씩 12개 국기…6ㆍ12 상징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북한과 미국 정상이 마침내 대립과 반목의 70년 적대관계를 뛰어넘어 두 손을 맞잡았다. 북미정상이 손을 맞잡은 것은 1948년 한반도 분단 이후 70년만에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지막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센토사 섬에서 이날 오전 9시4분께 처음 마주하고 12초간 악수를 나눴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악수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악수와 나란히 할 거대한 순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
두 정상은 다소 힘을 준 듯 손을 굳게 잡고 흔들었지만 밝은 표정 속에 간간히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악명 높은 고압적인 악수도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인민복에 뿔테안경, 트럼프 대통령은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경쟁적으로 핵단추 크기를 자랑하면서 서로를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가진 카펠라 호텔 입구 배경에는 인공기와 성조기가 각각 6개씩 모두 12개의 양국 국기가 게양됐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마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통역을 뒤로 한 채 담소를 나누며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전반적으로 37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팔과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 쓰다듬는 등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두 정상은 ‘세기의 담판’을 벌일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앞서 다시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회담장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에게 세 번째로 악수를 청했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 38분간 단독정상회담을 가진 뒤 확대정상회담장으로 나란히 이동하다 발코니에서 또 다시 담소를 나눴다.
옥외통로를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선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 분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매우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두 정상은 약 100분간 확대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한식과 양식으로 구성된 오찬을 함께 했다. 북미간 화해를 상징하는 대구조림과 오이선 등 한식이 눈길을 끌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언급한 햄버거는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뒤에는 애초 예정에 없던 산책까지 함께하는 등 동맹관계 이상의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도착 순간부터 의전에 각별한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회담장 출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으나 먼저 도착한 것은 김 위원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1분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해 8시13분 카펠라 호텔에 도착했지만 회담 1분 전인 8시59분 회담장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8시12분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출발해 8시30분 카펠라 호텔에 도작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금 빠른 8시53분에 자신의 차량에서 먼저 내렸다.
회담장 안팎에선 출발은 트럼프 대통령, 회담장 도착은 김 위원장이 빠르게 절충해서 의전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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