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미 비핵화 개념 달라…北 특정 조건에서만 포기할 것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개최 성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북한 비핵화에 최소 9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회의론에 무게를 더했다.
[사진=연합뉴스] |
NYT는 우선 핵무기 해제와 관련해 ▷핵무기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원자로 불능화 ▷핵 실험장 폐쇄 ▷수소탄 연료생산 중단 ▷전폭적인 국제사찰단 수용 등 6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모두 해체하고 외국으로 안전하게 반출하는 게 일차적인 과제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이 감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소 5곳으로 추정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원자로를 폐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핵실험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폐쇄 절차가 요구된다. 최근 북한이 5개국 외신기자단만 초청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진행했지만, 실제 검증능력이 있는 전문가들은 배제했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제한 없는 전방위적인 핵사찰도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어 대량파괴무기(WMD) 폐기에 관련해 ▷탄저병을 비롯한 생물학 무기 ▷VX 신경작용제를 비롯한 화학무기 ▷미국은 물론 한국ㆍ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ㆍ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 나머지 3개를 꼽았다.
NYT는 북미 합의문에 북한의 핵 폐기 시간표나 북핵 프로그램 규모에 대한 상세한 설명, 이미 시행 중인 대북 제재와 관련한 언급 등이 포함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회담 성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CNBC 방송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향후 미사일 개발은 중단하겠지만 기존의 핵무기 체제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CNBC는 비핵화 개념과 관련해 미국은 ‘핵무기 포기’를 의미하지만, 북한은 남한에서의 미군 철수 등 특정한 조건에서만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또는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북한 전문 연구기관인 시노NK(SinoNK)의 연구원 앤서니 리나는 “북한은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처분한 나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억제력을 희생하는 순간 외부의 간섭에 훨씬 취약해 진다는 점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