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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담판장’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주요 행사지 곳곳 통제
-샹그릴라ㆍ세인트리지스ㆍ카펠라 호텔 주변 가림막 설치
-액스레이 검색대도…“투숙객이냐” 외부인 출입차단
-최강용병 구르카족 1800여 명 센토사섬 경호

[헤럴드경제(싱가포르)=문재연 기자] ‘세기의 담판’을 하루 앞두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곳곳은 당국의 통제로 김장감을 띠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만남을 가질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주변은 무장한 구르카 용병들의 경호로 삼엄하기까지 했다. 구르카 용병들은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불리는 네팔의 몽골계 소수 인종으로, 19세기 초반 ‘쿠크리’라는 단검 하나를 들고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군과 용맹하게 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들을 아예 용병으로 고용해 식민지 전선에 투입했다. 싱가포르 경찰 병력의 15%인 1800명은 구르카 용병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머물 숙소로 알려진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 리지스 호텔의 출입도 통제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서 지난 4일과 5일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 리지스 호텔이 있는 시내 탕린 권역과 카펠라 호텔이 있는 센토사섬 일대를 ‘특별행사지역’으로 지정하고 10~11일부터 주변 도로를 전면통제하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은 취재진들을 쫓아다니며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카펠라 호텔 주변에는 호텔직원들과 사복차림의 경찰들이 정문 주변을 맴돌며 각국에서 온 기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카펠라 호텔 뒷길에는 아치형 문 모양으로 길게 천막이 쳐지고 ‘경찰만 출입가능’(Police Only)라는 표지판이 생겼다.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 교통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샹그릴라 호텔 주변 탕린 지역과 센토사 섬 전역 및 센토사 섬과 본토를 잇는 다리와 주변 구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삼일 앞둔 9일 오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을 경찰이 경계를 강화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샹그릴라 호텔 주변 탕린 지역과 센토사 섬 전역 및 센토사 섬과 본토를 잇는 다리와 주변 구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호텔 내부에도 대형 가림막이 걸렸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 주변 도로에는 대형 천막이 길목마다 설치됐고, 로비에는 대형 가림막이 걸렸다. 가림막과 지면까지의 거리는 2m에 불과해 정문에 대놓은 차량을 주변 건물에서 관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세인트 리지스 호텔 측은 여기에 더해 정문에 설치된 유리문 세 개 중 양쪽 두 개를 폐쇄했다. 남은 한 개의 유리문 주변에는 사람 키 높이의 화분 수십 개가 두 줄로 놓여 호텔로 들어서는 사람의 모습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화분들은 호텔앞 인도에서 로비를 넘겨볼 수 없도록 국기게양대와 주변에도 배치됐다.

샹그릴라 호텔 밸리윙에는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주차장을 폐쇄하며 남겨진 차량은 경찰에 견인될 것이라는 내용의 알림이 붙었다. 호텔 타워윙 앞 주차장에선 인부들이 행사용 가건물로 보이는 금속 구조물이 설치됐다.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싱가포르 유력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미군 장거리 전략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Ⅲ가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주기돼 있고 미군 헬기가 주변을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C-17 글로브마스터Ⅲ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차량인 ‘캐딜락 원’과 경호용 특수차량을 공수하는 데 사용되는 기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이 공군기지를 통해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항공기를 이용해 창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시내 탕린 권역에 있는 호텔들에 머물면서 개별적으로 회담 준비에 나섰다.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싱가포르는 세계평화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카시비스완탄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ㆍ법무 장관은 8일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유치하는 것은 싱가포르의 외교적인 지위가 얼마나 좋은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보안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는 두 정상이 싱가포르를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작은 국가지만 진중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며 “이번 회담이 성공하면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인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을 유치해 중재자로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세계 40여 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역내 안보질서에 있어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회담 준비상황을 조율했고 국내에서는 관련 부처들이 꼼꼼하게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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