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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담판 D-1] 북미, 내일 ‘짧은 만남’으로 끝나나…합의문은 나올 듯
-로이터 “김정은, 12일 오후 2시 출국”
-폼페이오, 13~14일 한국행…14일 기자회견
-북미 정상, 최소 포괄적 합의에는 이를듯

[헤럴드경제(싱가포르)=문재연 기자] ‘세기의 담판’이 될 6ㆍ12 북미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당일인 12일 오후 2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 3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계획이 ‘잠정적’이라고 밝혔다.

회담이 짧게 끝날 조짐은 미측에서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13~14일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포함, 한미 공조를 다지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북미정상회담의 경과시간은 비핵화 협상진전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CVIG)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큰 점을 고려했을 때 회담이 단시간 만에 끝나버린다면 북미 정상은 구체적인 결실없이 말 그대로 ‘상견례성’ 행사를 가진 것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뒤 “이번 회담은 상견례성(get-to-know) 자리”라며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한 만큼, 포괄적 수준의 합의에는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미 소식통은 “북미 간 실무단계에서 합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4ㆍ27 판문점 선언보다는 시한이나 비핵화 및 보상 순서에 대한 구체성을 띄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는 수준의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공동성명의 도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앞서 미 국무부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일본 NHK와의 인터뷰 발언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측 비핵화 시간표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두 정상이 틀림없이 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일정에 대한 실무회담에서 협의가 진행됐다면서 “싱가포르에 함께 있는 동안 우리가 어느 범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핵 포기의 기본적 결정은 내렸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앉아 비핵화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에 이르더라도 그것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첫단추 역할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 앞서 북미 간 가장 최근 이뤄진 비핵화 합의안인 2012년 2ㆍ29합의문은 북한의 모라토리엄 이행과 5MW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의 불능화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경제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비록 정상급에서 이뤄진 합의라고 하더라도 2ㆍ29 합의보다 나아간 구체성을 갖추지 못하면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8일(현지시간) 주최한 북미 정상회담 관련 토론회에서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난 지 10~15년 동안 계속 시간을 끌 수 있다”며 ‘신속한 비핵화’라는 미국 요구에 북한이 순순히 따를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켰다”며 “회담 이후엔 ‘최대 압박’ 전략을 다시 쓰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해외 반출 등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순 있겠지만, 전체 비핵화 검증 이행에는 시간을 끌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제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파기해버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도 낙관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역 전쟁과 이란 핵합의 파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강화하기보다 외교의 규범을 뒤엎는 데 힘써 온 게 사실”이라며 “그는 거래의 해결사(dealmaker)라기보다 거래를 깨는 사람(dealbreaker)”이라고 꼬집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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