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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헤경氣UP포럼]속도 조절ㆍ디테일 강조…정부 노동정책 방법론 ‘설전’
- ‘동일노동 동일임금’ 시각차…현실성 vs 판단기준
- 최저임금ㆍ근로시간 단축…“정책의 핵심은 디테일”
- “근로자 요구ㆍ노동환경 다양화…21세기형 접근 필요”


[헤럴드경제=정윤희ㆍ이세진 기자]“‘저녁이 있는 삶’이 자칫 ‘낮에도 집에 있는 삶’이 될 수 있다.”(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생산성, 경쟁력은 따라오지 못하는데 근로시간, 최저임금 수치만 맞춰놓고 만족하는 것은 냉방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온도계 숫자만 낮춰놓고 ‘아, 시원하다’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등에 따른 노동시장 격변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노동정책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오히려 ‘밀린 숙제’라고 할 만큼 시행이 늦었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왼쪽부터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또, 노동환경이 변화하고 근로자 요구는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보다 넓은 미래 비전과 글로벌 시각을 갖고 노동정책 방향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7일 열린 ‘2018헤경氣UP포럼’ 2세션 토론에서는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조언이 쏟아졌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배 원장과 이 전무는 토론에 앞서 각각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포용적 고용정책’과 ‘노동환경 변화와 기업경영’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참석자들은 근로조건 격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및 분절화, 청년 실업문제 등 국내 노동시장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이에 대처하는 방법론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준모 교수는 “일자리 정부로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글로벌 인식 부족 ▷4차 산업혁명시대 노동과 산업의 수요에 대한 고민 부족 ▷예산 대비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섬세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박지순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노동정책이 ‘20세기 식’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최근 비정규직을 대기업이 직접 고용하고, 아웃소싱을 없애고 모두 대기업 자회사화 하는 추세가 “적벽대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조조의 100만 대군이 연환계에 넘어가 배를 모두 쇠사슬로 연결함으로써 화공에 취약해졌듯, 일괄적인 선단화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새로운 노동환경 변화에 맞는 21세기 포용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며 “과연 아웃소싱 억제가 답일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보다 양질의 아웃소싱이 가능토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규식 원장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놓고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배 원장은 같은 직종이나 직급이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임금 등 처우가 극명히 갈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선진적인 어느 곳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청구권으로서 인정한 나라는 없다”며 “성별ㆍ국적ㆍ인종ㆍ신앙 등 차별 해소 목적으로는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근로조건 동일화를 위해 법적으로 원칙화하는 게 현실에서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원장은 “설령 법제화한다 하더라도 (너무 현실 격차가 커서) 실제로는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최소한 처우 수준을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만들어가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다소 의견이 갈렸다.

박지순 교수는 “정책은 디테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근로시간 단축법을 통과시킨 일본이 건설, 운송업은 적용을 5년 유예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근로시간 단축 기준을 300명, 50명 등으로 잘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버스 운송업, 건설업, 중소제조업 등 업종과 직종별 특성에 대한 고민은 적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배 원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밀린 숙제’나 다름없는데, 일단 시행하고 현실에 맞게끔 고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는 국민총소득(GNI) 2만달러 때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 이하로 다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3만달러에 육박하는데 이제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종별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도 지나치게 치우친 접근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준모 교수는 최근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각종 통계의 부실성을 짚어주며 현장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1차 노동시장 존중이 2차 노동시장에 대한 배제가 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고용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면밀히 분석, 연구해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5년부터 최저임금법을 시행 중인 독일의 경우, 근로자의 최저생활 보장 외에도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확보,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토록 법제화돼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동응 전무 역시 “근로시간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동시에, 여기에 부응하도록 생산성 향성, 경쟁력 향상 등 제반조건들이 갖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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