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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조사 발표 ④]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아” vs “발암물질 적게 나왔다”
-식약처 “1급 발암물질 5종…타르, 더 많이 검출”
-필립모리스 “연소 발생하지 않아…잘못된 분석”
-4월 시장점유율 9.4%…유해성 논란 지속 전망


[헤럴드경제(청주)=신상윤 기자]보건당국이 7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몸에 해롭다”고 결론내렸다. 이는 흡연자 사이에서 인식돼 온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이미지를 뒤집은 것이다. 앞으로도 궐련형 전자 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궐련형 전자담배 선두 업체인 필립모리스는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보다 발암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를 반박했다. 

7일 오전 충북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본부에서 열린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 발표 브리핑. 임민경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학과 교수(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보건당국과 독성 전문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더 많은 유해물질을 포함하는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조사는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적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라며 맞섰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글로(브라이트 토바코ㆍ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릴(체인지ㆍKT&G)’, ‘아이코스(엠버ㆍ필립모리스ㆍ이상 가나다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고 이날 오전 밝혔다.

또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나 나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다만 발암물질의 경우, 함유량이 일반 담배의 0.3∼28.0% 수준으로 나왔다.

식약처는 이날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 기간, 흡연량뿐만 아니라 흡입 횟수, 흡입 깊이 등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해성분 함유량만으로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간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담뱃잎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찌는 방식으로 발생한 증기에는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 있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광고해 온 제조사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임민경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학과 교수(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도 브리핑에 참여해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여 종의 유해 화합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 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담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가 아닌 증기를 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어떤 물질을 새로 생성하고 있는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선두주자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입장 자료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유해물질이 적게 나온다는 자사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당국의 평가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보건당국은 이날 필립모리스가 주장하는 ‘분석의 오류’에 대해서도 상당 시간을 할애해 반박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어 일반 담배의 국제 공인 분석법인 ISO와 HC(헬스캐나다)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ISO는 담배필터의 천공(穿孔) 부위를 개방해 분석하는 방법이고, HC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 습관을 고려해 천공 부위를 막고 분석한다. HC법이 ISO법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가는 것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에서는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많이 검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타르가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담배와는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타르 함유량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배출물의 구성성분과 각 유해물질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KT&G 관계자도 “보건당국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유해성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담배의 원료, 유해성분 등에 관한 자료를 정부에제출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내용으로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출시 첫달인 지난해 5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갑이었으나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는 2810만 갑을 기록했다. 4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9.4%에 이른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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