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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 성폭행당한 호주 여성, 정부 상대 소송…법원 “300만원 배상”
-온라인 모금 요청ㆍ‘韓 경찰 부실수사’ 주장하며 소송
-법원, 경찰 ‘온라인 실명기재 책임’ 인정…‘부실수사’는 부정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016년 국내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온라인 모금을 요청했던 호주 여성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위자료 300만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송경호 부장판사는 호주인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일본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5년 9월 한국에 여행왔다. 홍대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중 기억을 잃은 A씨는 다음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모텔에서 알몸 상태로 깨어났다. 당일 경찰서에 성폭행 피해 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은 A씨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6년 4월 6일 서울 용산경찰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A씨에 보내는 공개서한이 논란이 되자 사과글을 올리는 한편 해당 글을 삭제했다.

사건 발생 후 6개월이 흐른 2016년 3월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자 A씨는 해외 범죄피해기금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 Fund Me)’에 자신이 당한 성폭행 사건을 알리면서 직접 범인을 찾는데 필요한 금전 기부를 호소했다. 또 경찰의 증거수집이 부실하게 진행됐고, 조사과정에서 “주량은 얼마나 되냐. 옷은 어떻게 입었느냐. 왜 성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하냐” 등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피해사례가 인터넷 사이트뿐만 아니라 호주의 한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자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용산경찰서는 A씨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내걸었다. 경찰은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그녀의 DNA 검사 결과,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한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글에 여성의 실명과 성폭행의 자세한 경위가 포함돼 오히려 비판이 일었고, 경찰은 해당 글을 삭제했다.

A씨는 경찰의 부실 수사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재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같은 해 11월 소송을 냈다.

송 부장판사는 “경찰 관계자가 개방성과 전파성의 정도에서 ‘고펀드미’ 사이트와는 차이가 큰 SNS에 A씨의 실명과 사생활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며 “이로 인해 그 내용이 대중들에게 급격하게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A씨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를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피해자 조사 때 경찰이 한 질문은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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