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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용기 있는 자, 지구를 구한다?
[헤럴드경제 TAPAS = 김상수 기자]오랜만에 가족과 집 인근 식당을 찾았습니다. 입소문 난 유명 파스타집입니다. 아이도 입맛에 맞는지, 쉼 없이 먹으면서도 눈은 계속 엄마 아빠 접시 속 파스타를 쳐다봅니다. 천천히 맘껏 먹으라고 접시를 아이에게 밀어줬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나니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주문 욕심이 과했는지, 파스타가 꽤나 남았습니다. 양을 보니 아이 한 끼 걱정은 거뜬하게 해결할 만합니다.

점원을 불렀습니다. 혹시 포장이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담을 용기가 없다 합니다. 마침 식당이 집 근처인지라 얼른 그릇을 챙겨왔습니다. 그러곤 남은 파스타를 직접 담아왔습니다. 남은 피클도 살뜰하게 챙겼죠.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점원의 표정은 묘했습니다. 별 손님도 다 있네, 이런 느낌이었나 봅니다. 주변 손님도 하나둘씩 관심 있어 합니다. 바로 옆 자리 젊은 커플은 소근소근, 그래도 새어나오는 큭큭 소리까진 감출 수 없었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제 얼굴도 살짝 붉어졌습니다. 남은 파스타를 챙겨본 건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가 한참을 말없이 걸었습니다. 그러다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창피한 건가?” 붉어진 제 표정이 계속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저도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아뇨.” 힘줘 답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창피한거지.” 아내가 웃었습니다. 

그날 저녁, 파스타를 보자 아이도 오예오예 신이 났습니다. 저녁 걱정을 덜어낸 아내도 한결 편안한 주말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엔 아예 처음부터 용기를 챙겨 볼 생각입니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환경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이날을 맞이해 ‘지구를 위해 용기를 가져요’ 캠페인을 벌입니다. “남은 음식은 담아갈게요.”, “전 머그컵에 먹을게요.” 일회용품 대신 용기를 휴대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우리 이날만큼은 한번 용기 좀 가져볼까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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