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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국가지질공원 지정 서해 최북단 백령·대청·소청도를 가다
10억년 세월 간직…두무진 등 지질명소 10곳 탐방
인천시, 다음달 중 ‘국가지질공원’ 인증신청 계획


[백령·대청·소청도=김대우 기자(헤럴드경제)]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 서해 최북단 섬 가운데 하나인 소청도에 닿았다. 서북쪽으로 대청도가 어렴풋이 보였다. 배에서 내려 차를 타고 섬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괴한 빛깔과 형태의 암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돌의 파편과 함께 바위가 깨진 흔적들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원핵생물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세균)가 10억 년 전에 만든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는 화석이에요.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는 중요한 지질유산입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는 지질학자 이수재 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남조류와 남조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면서 부산물로 산소와 수소이온을 만들고, 산소는 원시 대기를 결정적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지요.” 

스트로마톨라이트
분바위
나이테바위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박테리아 화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를 따라 가파른 바위절벽 아래로 내려가자 이번엔 하얀빛을 내뿜는 석회암 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분을 발라놓은 것처럼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분바위’로 불린다.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대리암으로 변한 이곳은 일제강점기부터 건축재료용으로 채석됐다. 분바위를 깨다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매우 희귀한 원생대 지질유산이라 2009년부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분바위는 밤이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고 해서 ‘월띠’로도 불린다. 등대가 없던 시절에는 멀리서도 보이는 분바위를 보고 뱃길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청도에서 배를 타고 대청도로 향했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도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숨겨진 보물로 불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농여해변에 있는 ‘나이테바위’. 미니버스에서 내려 해변을 조금 걸어올라가자 마치 고목나무를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가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지층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얼마나 엄청난 압력을 받았으며 저렇게 지층이 세로로 서게 됐을까 하는 경외감마저 든다.

서풍받이
모래사막
두무진

“10억 년 전부터 심해에서 퇴적된 지층이 남북으로 엄청난 힘을 받으면서 뒤집힌 거죠. 대청도에는 이렇게 다양한 지층 구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연구자들에겐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습니다.” 길잡이 이수재 박사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대청도에서 절경은 단연 서풍받이다. 깍아지른 웅장한 수직절벽이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다.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다. 서풍받이는 중국에서 서해를 거쳐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준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민들에게는 참 고마운 바위다. 특히, 이 곳에 있는 조각바위는 700년전 원나라 마지막 임금 순제가 유배를 와서 사색했던 장소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대청도에는 모래사막도 펼쳐져 있다. 바로 옥죽동에 있는 모래사막. 오랜 세월 모래가 바람에 날려 이동하면서 거대한 모래산을 이룬 곳이다. 길이가 약 1.6km, 폭이 약 600m, 높이가 해발 40m나 된다. 계절별로 모양이 바뀌는 활동성 사구라고 한다. 다만 주민들이 해송으로 방풍림을 조성해서 겨울철 바람이 많이 불어도 예전처럼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관광자원화를 위해 주변에서 인공적으로 모래를 가져다놓은 것도 ‘옥의티’다. 바람으로 날아올 수 없을 것같은 자갈이 곳곳에 돌출돼있어 눈에 거슬린다.

선대바위
콩돌해안
사곶해변

서해 최북단 3개 섬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고 북한과 직접 마주보고 있는 백령도에도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 많다. 그중에서 북서쪽에 있는 포구인 두무진은 절경을 자랑한다. 뽀족한 바위 형상이 장군의 머리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0억년 전 얕은 바다에서 쌓여있던 모래층이 지하에서 강한 압력을 받아 단단한 규암으로 변한 다음 다시 지상에 올라와 형성됐다. 병풍처럼 깍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견된다 해서 서해의 해금강으로도 불린다. 그중에서 선대바위는 백령도로 귀양온 이대기가 ‘백령지’에서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천연기념물 제393호인 진촌 현무암은 지구 내부의 비밀을 간직한 중요한 암석이다. 이곳은 과거 용암이 분출할 때 맨틀 근처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생성되는 감람암이 포함돼 형성됐다. 이 감람암을 통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맨틀 진화과정의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감람암은 보석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보물이다. 그리고 이 앞바다가 바로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다. 수로가 좁아지면서 뱃길이 험한 곳이라고 한다. 백령도의 명물인 점박이물범도 이 바다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는 북한땅 장산곶이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 보인다.

이밖에 백령도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모래가 단단해 과거 실제로 비행가가 내리고 뜬 적이 있다는 사곶해변과 형형색색의 자갈이 오랜시간 파도와 폭풍에 서로 부딪치면서 마모돼 마치 둥큰 콩알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남포리 콩돌해변 등 지질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 많다. 다만, 사곶해변은 인근에 백령호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진흙 성분의 유입으로 해변의 가는 모래바닥이 다소 물러지면서 단단함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인천시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일대의 지질명소 10곳에 대해 다음달 중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져 소외돼 온 백령도서의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4월에 열린 지질공원위원회에서 해당 지역을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보지로 선정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10억년 전 신원생대의 변성퇴적암이 분포하고, 지질학적으로 희귀한 지질명소가 많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자원을 보존해 교육과 관광의 목적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자연공원제도다. 현재 제주도와 울릉도·독도, 한탄강, 강원 고생대 등 10개소에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이 중에서 제주도와 청송, 무등산 등 3곳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도 등재됐다. 인천시 역시 백령도서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미향 인천시 환경정책과 팀장은 “백령·대청·소청도 지역은 서해 최북단 섬으로 그간 우수한 지질유산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라며 “이번 국가지질공원 추진을 통해 해당 지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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