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가 감소 중이다. 거주하는 데 동반되는 녹록찮은 비용 때문이다.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서울 거주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 와중에 서울로 유입이 늘어나는 인구가 있다. 고령 세대다. 노구에 필요한 맞춤형 욕구를 서울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의료·간병공급이 대표적이다.
고령 인구의 서울진입은 낯선 현상이다. 원래 고령 인구의 사회 이동은 많지 않다고 이해됐다. 은퇴 이후 귀향이나 귀촌을 선택하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고령 인구의 주거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게 ‘생애주기론’의 결론이었다.
현실은 좀 다르다. 서울 청년이 난 자리에 지방 노년이 들고 있다. 인구총조사가 있었던 2014년 서울 인구(전입-전출)는 8만7831명이 빠져나갔지만, 70세 이상은 오히려 27만5974명이나 들어왔다. 2010년, 2005년 통계도 엇비슷한 추세다.
서울의 노년 전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 2014년 80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입(1138명)이 전출(1094명)을 초과했다. 강남·송파도 마찬가지다.
청년 인구의 서울 유입은 교육·취업 때문이지만, 경제 활동을 끝낸 고령 인구의 서울 진입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짐작컨대 간병·의료 수요일 확률이 높다. 청년인구는 빈곤 탈출을, 고령인구는 유병 대책을 위해 서울행에 가세하는 것이다.
고령 인구의 수도 유입은 장수 사회마다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고령 인구가 27%를 넘어선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정부 추계를 보면 고령 인구의 도쿄 유입은 2010년 123만명에서 2025년 198만명으로 급증한다. 대부분 도쿄가 제공하는 고품질의 간병·의료체계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문제가 커졌다. 각종 질병이 악화된 후 도심 정착을 꾀하는 고령 난민의 대량 등장은 정부 재정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수요 분산 차원에서 고령 인구의 지방 이주 촉진 정책을 내놨지만 ‘현대판 고려장’이란 비난 속에 묻혀 버렸다. 그럼에도 새로운 ‘아베노믹스 2.0’을 통해 ‘간병’을 성장(GDP), 출산과 함께 3대 핵심 과제로 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한국은 어떨까? 일본과 비슷하게 서울은 ‘고령 공화국’으로, 지방은 ‘한계 취락화’로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대응책이 없으면 고령 인구의 서울 진입을 막기란 어렵다. 미래 재정까지 고려해 전국 차원의 효율과 균형을 고려한 간병·의료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고령화 속도가 예상을 웃도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작은 징조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최근 고령 인구의 서울 진입은 본격적인 인구 충격을 알리는 중대한 사전 예고다. 2030년 한국은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 1700만이 후기 고령 연령인 75세로 진입한다. 75세 전후부터 유병 비율은 급증한다. 이대로라면 ‘유병 방랑’하는 거대한 고령층의 폭발적인 서울 전입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