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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정국 불안…유럽發 금융위기 오나
소로스회장, 세계 금융위기 경고
이탈리아 국채 26년래 최악폭락
‘2010~2012 유로존위기’와 비슷
코스피 오전한때 33.42p 떨어져


이탈리아가 새 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정국이 대혼란에 빠지면서 자국 뿐 아니라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각국 주요 지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이탈리아발 금융위기가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라 나왔다. 국제 금융계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은 이날 “우리는 또 다른 큰 금융 위기를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다”며 특히 유럽연합(EU)에 대해 “임박한 실제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국이 늪에 빠져들면서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치 세력인 오성운동의 리더 루이지 디 마이오가 29일(현지시간) 나폴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탄핵 운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극우동맹 연합 포퓰리즘 세력은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새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정국의 혼란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EPA 연합뉴스]

이날 금융시장은 이탈리아를 향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탈리아 단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992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채 매도가 쏟아지면서 2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무려 180bp 뛰었고 장중 2.7%선까지 급등했다. 10년물 수익률 역시 장중한 때 3.388%까지 올랐다.

유럽의 은행주는 줄줄이 빨간불을 켰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은행이 5.6%,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은 5.4% 주가가 폭락했다. 프랑스 BNP파리바스와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주가는 각각 4.5%, 4.0% 급락했다.

뉴욕 증시도 은행주가 폭락하며 타격을 입었다. 모건스탠리가 6%선에서 후퇴했고 씨티그룹도 4% 이상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장 마감 직전 4%선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뉴욕에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1.58% 떨어지고 유럽에선 영국 런던 FTSE 100이 1.26% 하락하는 등 미국과 유럽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유로화 매도세도 눈에 띈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이날 1.1511달러까지 내려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ㆍ엔 환율도 2% 가까이 떨어져 지난 201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탈리아 정국은 수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정국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정 출범 직전에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反) 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파올로 사보나의 경제장관 지명을 전격 거부하면서 또 다시 혼돈에 빠져들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사보나의 승인을 거부하자 포퓰리즘 연정의 총리 후보였던 주세페 콘테가 전격 사임했고, 마타렐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를 임시 총리로 지명해 정국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코타렐리 지명자가 꾸릴 새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기 까지 ‘몇 걸음 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0~2012년 유로존 부채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유로존 상황이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초래했던 2012년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스티펠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유럽의 경제 성장 모멘텀이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소로스 회장은 “달러화 급등과 신흥 시장으로부터의 자본 도피가 새로운 국제 금융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EU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 각국의 경제ㆍ정책적 재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30일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3.42포인트(1.4%) 떨어진 2423.8까지 내려갔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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