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격화되는 ‘性戰’-下 해법은?]“싸워야할 상대는 남녀가 아닌 성차별 문화”
-성 격차 144개국 중 118위…男 대비 女 임금 51%
-일베, 메갈 등 여성 남성 혐오 현상 심각한 수준
-법 제도보다 성평등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절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 심화되는 남녀갈등에 대해 단순한 성대결로 그쳐선 안되고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녀가 싸워야 상대는 상대방이 아니라 그동안 성차별을 만들어냈던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와 구조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통계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는 0.650점으로 총 144개국중 118위였다. 에티오피아(115위) 튀니지(117위)보다 뒤졌다. 성 격차지수는 매년 각국의 경제, 정치, 등 4개 분야, 14개 지표에서 성별 격차를 측정한 지수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을 이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문별 지수를 보면 경제참여 및 기회에선 0.533점으로 121위를 기록했고 정치적 권한 부여는 0.134점으로 90위였다. 교육적 성취는 0.960점으로 105위, 건강과 생존은 0.973점을 받아 84위였다.

임금 차별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국내 비슷한 업무에서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은 51%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2016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임금성비 64.1%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사진=123RF]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성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성평등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일단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여성 집회를 찾은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겪었던 수많은 차별에 분노하는 일반인들”이라며 “단순히 남혐하는 세력으로 왜곡해선 안되며 왜 그들이 분노하는 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온ㆍ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표현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을 바로잡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요즘 중고교에서 누군가 성평등 얘기를 하면 메갈이 아니냐 등 깎아 내리고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성혐오 때문에 학교가기 망설여진다는 학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워마드 등 여혐에 대응하는 미러링 방식도 문제가 있다. 여성혐오를 바로잡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성평등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혐오 표현은 혐오표현 금지법 등 제도를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녀 갈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기댈 게 아니라, 문화와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박사는 “사실 우리나라는 이혼여성 지원제도, 육아와 양육을 위한 지원금 등 법과 제도는 거의 다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히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투 운동도 성폭력과 관련된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자를 탓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결국 언론과 교육을 통해 성평등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s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