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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포퓰리즘 연정 구성 실패…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
대통령, ‘EU에 적대적’ 경제장관 후보 거부
총리 지명자, 정부 구성권 반납·후보직 사퇴
반체제 정당 반발…총선 재실시·대통령 탄핵 요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3월 총선 이후 80여 일간 무정부 상태를 이어온 이탈리아가 포퓰리즘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다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53)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간) 세르지오 마타렐라(76) 이탈리아 대통령이 재정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하자 정부 구성권을 반납했다.

총리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콘테 지명자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간) 정부 구성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AP연합뉴스]

콘테 지명자는 이날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과 합의해 마련한 내각 명단을 내각 임명 최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은 경제장관 후보로 천거된 파올로 사보나(81) 전(前) 산업부 장관의 임명을 거부했다. 유럽연합(EU)과 유로화에 적대적인 경제학자 사보나가 장관이 될 경우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를 지지하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EU 주변국과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왔다.

그는 콘테 지명자와 면담 뒤 발표한 담화에서 “모든 장관 후보자를 받아들였지만 EU에 회의적인 사보나는 수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성운동과 동맹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보나를 경제장관으로 적극 지지한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는 “이제 유일한 해결책은 총선을 다시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도 “대통령의 거부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유례없는 결정”이라며 “신용평가 기관이 (정부구성을) 결정한다면 투표가 왜 필요하냐. 헌법을 배신한 대통령을 의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부 구성이 난국에 빠진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경제장관을 제외한 모든 후보에 동의했다”며 “새로운 선거를 공표할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4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나오지 않아 연정 구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돼왔다.

이탈리아의 무정부 상태는 이날 현재 84일째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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