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북미회담 재고려’ 판 만들었던 北김계관, 美에 “정상회담 필요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취소하자 당초 ‘회담 재고려’ 카드를 꺼내들었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대적인 대화메시지를 던졌다. 

[사진=AP연합]


김 제1부상은 25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데 대해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조선반도(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이 원색적 비난 없이 꼬박꼬박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호칭하며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상이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했다’며 이 같은 입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임을 밝히며 무게를 실었다.


해명성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며 변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에 당황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통상 오전 10~11시 사이에 새로 게재되던 조선중앙통신 기사가 이날은 오전 7시 40분경 올라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통보로 어렵게 만들어진 북미 대화국면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6일에만 해도 김 제1부상은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미측에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카드를 꺼내며 “일방적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제1부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4일 최선희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원색 비난하며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위협했다. 최 부상의 위협은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북한이 미국을 원색비난하던 김 제1부상을 다시 나서서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강조한 것은 소위 ‘결자해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상은 과거 북한의 대미외교 주역으로서 북핵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2004∼2008년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05년 ‘9ㆍ19 공동성명’ 도출에 참여했다. 김 제1부상이 최 부상의 직속상관이라는 점도 담화의 무게감을 준다.

김 제1부상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 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상은 특히 대통령에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며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향한 칭찬을 내놓기도 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이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고, 이는 김 위원장의 뜻이라고 봐야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북미 모두 다시 정비를 하고 다시 시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