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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ㆍ건망증 차이점 뭘까…깜박하는 것조차 모를땐 ‘치매’
-치매ㆍ건망증을 헷갈려 하는 사람 많아
-기억력 저하ㆍ상실을 인지하면 건망증
-“건망증, 치매로 발전될수도…진료 추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최근 딸의 결혼 문제로 고향에 사는 언니와 통화하던 주부 설모(59) 씨. 한참을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나 핸드폰 어디에다 뒀지?”, “한번 잘 찾아봐.” 두 자매는 조금 있다 서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멋적게 웃었다. “어휴, 이 놈의 건망증이 문제야!” 설 씨는 웃어 넘겼다. 그러나 최근 가스레인지를 끄지 않고 외출한 일이 떠올라 영 찜찜하다. 혹 ‘치매의 전조 증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대학생, 직장인, 주부, 노인 등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를 찾은 자녀들이 자꾸 깜박하는 부모를 보고 치매 여부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꾸 깜박하는 증상 때문에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깜박하는 것조차 인식 못한다면 치매가 맞지만, 자신의 기억력 감퇴를 인지하고 있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 [헤럴드경제DB]

특히 중년 이상은 ‘자신이 벌써 치매인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자신의 기억력이 감퇴한 것을 느끼지 못하면 치매다. 그러나 기억력이 떨어진 것을 의식한다면 건망증이 맞다.

바로세움병원의 김효정 신경과 원장은 “건망증 현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고통,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다가도 누군가 귀띔을 해 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흔히 정상인에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건망증에서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건망증이 심하다면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설 씨의 사례처럼 중년 이상의 주부 중에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건망증이 심한 환자 중 60% 이상이 여성이고, 주부 중 80% 이상이 건망증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건망증이 심한 주부는 어쩌다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에 처음 몇번은 웃어 넘기지만 점차 고민에 빠지게 된다. ‘혹시 이러다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닐까’, ‘더 심해져서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탓이다.

주부 건망증은 거의 대부분 심리적 요인과 출산, 폐경 등의 신체 변화가 원인이다. 김 원장은 “건망증은 심각한 질환에 의한 증상이 아니다”며 “순간적으로 깜박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장애. 가스불을 끄지 않거나, 잠깐 통장 비밀번호를 잊거나, 집 전화번호가 순간 기억나지 않는 등의 사소한 실수를 일으키는 증세가 건망증에 속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이 회복돼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치매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잊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돼 단순한 기억력 뿐 아니라 판단 능력 등 뇌기능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건망증은 뇌세포 손상으로 지적 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치매와 다르다”며 “뇌기능 영상 사진을 찍어 봐도 치매 환자의 뇌세포는 상당 부분이 죽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이 없는 정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망증은 단기 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 능력 장애로 정의할 수 있다”며 “시간ㆍ공간적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 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지만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치매는 단기 기억 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돼 판단력과 언어ㆍ작업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김 원장은 “치매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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