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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해상초계기 3파전, ‘최약체’ 에어버스가 믿는 구석 ‘가성비‘
-보잉 2800억, 사브 2000억, 에어버스 1000억…핫한 프로모션 3파전
-에어버스 “연비, 유지비는 3사중 최고 수준…한국 정부 예산절감 효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방위사업청은 다음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방식을 결정한다. 경쟁계약이냐, 수의계약이냐가 관건이다.

방사청은 원래 판매국 정부보증인 FMS(수의계약) 방식으로 보잉의 P-8A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사브, 에어버스 등 해외 유명 군수업체들이 한국 해군에 해상초계기를 팔겠다고 나서면서 판이 바뀌고 있다.

군은 해상초계기를 해외에서 사오기 위해 1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천문학적 금액이 글로벌 군수업체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페르난도 시리아 에어버스 전략 항공기 마케팅 총괄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C29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에어버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7일 제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군 P-3 해상초계기보다 더 많은 무기를 싣고 오래 날 수 있는 신형 해상초계기를 해외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미국 보잉은 ‘포세이돈(P-8A)’, 스웨덴 사브는 ‘소드피시’를 후보기종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유럽 에어버스가 가세해 3파전이 형성됐다.

에어버스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 사업에 자사의 C295를 입찰하겠다고 밝혔다.

에어버스 측은 아직 수의계약이 될 지, 경쟁계약이 될 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해 “경쟁입찰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하겠다”며 “C295는 한국 조건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C295는 보잉이나 사브의 경쟁 기종에 비해 객관적인 ‘스펙’이 떨어진다. 하지만, 에어버스는 3사 중 가장 높은 가성비를 강조했다.

보잉 P-8A는 AN/APY-10 레이더를 갖췄고, 최고속도 907㎞/h, 순항거리 7500㎞, 작전반경 2200여㎞를 자랑한다.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보잉 737 기체를 개조한 것이다.

소드피시는 최대 592㎞까지 탐지할 수 있는 AESA(에이사: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에 최고속도 945㎞/h, 순항거리 9630㎞, 작전반경 4300여㎞의 능력을 과시한다. 포세이돈에 뒤지지 않는다. 공대지 유도탄, 청상어 어뢰 등 다양한 무장도 가능하다. 사브가 7개국과 공동으로 개발해 운용 중인 ‘글로벌 6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한 것이다.

▶보잉 2800억, 사브 2000억, 에어버스 1000억…핫한 프로모션 3파전=에어버스의 C295는 최대 360㎞ 탐지 가능한 RDR-1400C 레이더에 최고속도 480㎞/h, 순항거리 5370㎞, 작전반경 3500㎞의 스펙을 내놨다.

객관적으로 타사 2개 기종에 비해 열세다. 속도나 순항거리, 작전반경 등 모든 면에서 뒤진다. 길이는 12.7m로 최대 71명까지 수송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버스는 탁월한 가성비로 타사 기종을 압도할 것으로 자신했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C295는 성능이 우수하면서 경쟁사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며 “한국 정부에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한국 정부 예산(1조9000억원)에 20대의 C295를 납품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대에 약 1000억원인 셈이다.

보잉은 최근 노르웨이와 인도에 P-8A를 1대당 2500억원~2800억원에 팔았다. 1조9000억원으로는 6~7대를 살 수 있다.

사브는 보잉 대비 가격경쟁력과 기술이전 조건을 내세웠다. 1조9000억원에 10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1대에 약 2000억원인 셈. 또한 우리 군 자체 능력으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의 AESA레이더 기술을 이전해 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KFX의 AESA레이더 기술 이전은 원래 한국 공군에 F-35 40대를 약 7조9000억원에 판매한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F-35 수입 결정 후 미 당국이 AESA레이더 핵심 기술의 한국 이전을 승인하지 않아 도루묵이 됐다.

이 때문에 지금 군 당국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AESA레이더 핵심기술을 자체 능력으로 개발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만약 사브가 도와준다면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다.

에어버스는 C295 20대를 납품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보잉 6~7대→사브 10대→에어버스 20대로 프로모션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덤으로 에어버스가 자체 개발한 통합전술미션시스템(FITS)의 기술 이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만약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 FITS 기술 이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 측이 C-295와 타사 항공기의 연비 및 유지비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김수한]

저렴한 단가 뿐 아니라, 저렴한 유지비도 에어버스 C-295의 경쟁력이다.

▶에어버스 “연비, 유지비는 3사중 최고 수준…한국 정부 예산절감 효과”=에어버스 관계자는 “C295는 보잉 P-8A보다 연비가 5배 높고,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중인 P-3보다는 연비가 3배 높다”며 “운영유지비는 C295가 P-8A의 3분의 1”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현재 록히드마틴의 P-3 16대를 해군초계기로 운용 중이다.

보잉, 사브에 비해 ’스펙‘이 열세인 점에 대해서는 한국 작전환경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한국의 작전 환경에서 속도나 항속거리는 C295가 적합하다”며 “한국 해군이 태평양까지 날아갈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해상초계기가 너무 빠를 필요가 없다는 에어버스의 주장은 일견 일리 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해상초계기는 주로 적 잠수함 수색 및 탐지가 목적이어서 대잠초계기로도 불린다. 다른 군용기보다 덩치가 크고 속도가 느린 것이 특징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잠수함 수색 등을 위해 넓은 지역을 살펴보기 어렵다. 적 잠수함을 발견하고 즉시 공격하기 위해 무기도 실어야 해 덩치는 커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해서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우리 군이 당초 P-8A를 고려한 이유다. 그러나 동북아 정세는 4.27 판문점 선언 뒤 급변하고 있다.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군 당국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렴한 단가, 저렴한 유지비에 이어 에어버스가 자신감을 보이는 건 단거리이착륙 기능(STOL), 저속비행, FITS 등 해상초계기에 최적화된 성능이다.

C295는 670m의 비포장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다. 효과적 잠수함 탐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속 200㎞의 저속비행을 할 수 있고, FITS가 설치된 경우, 감시정찰과 대테러, 국경통제 임무도 수행이 가능하다.

해상초계기 3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3사의 스펙과 가격, 기술이전 여부 등 치열한 물밑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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