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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턴 “北 핵무기, 美 테네시로 반출”
-볼턴, ‘리비아식 핵폐기’ 구체화
-오크리지 國硏, 2005년 “리비아 핵연료 원산지는 북한” 주장하기도
-한미 외교장관은 제3국에 北핵물질 이전 ‘카자흐스탄 모델’ 논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북핵 폐기 방법론의 윤곽이 드러났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제히 북한의 ‘핵반출’을 언급하며 북한 내 핵물질 해체가 아닌 ‘핵시설ㆍ물질 이전’을 통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판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 결정을 이행한다는 건 모든 핵무기를 처분하고 해체해 (미국) 테네시에 있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로) 가져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핵무기가 옮겨질 곳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오크리지 핵연구소 [사진=게티이미지]

북한 핵무기의 해체 작업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도 있겠지만 실제적 핵무기 해제는 미국이 다른 이들의 보조와 함께 맡을 거라고 생각한다. IAEA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미 백악관의 핵시설 특별사찰과 핵무기 해체 및 핵 반출 요구를 어떻게, 어떤 수위에서 수용하느냐가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에 정통한 소식통은 “2~3년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성사시키려면 핵반출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프랑스와 영국 등 제3국으로의 반출을 추진한 1992년 ‘카자흐스탄 모델’과 미국으로 반출한 ‘리비아 모델’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이 다른 곳도 아닌 오크리지 연구소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기술수준과 핵물질 수출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오크리지 연구소는 1942년 세계 최초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 중 하나로, ‘원자력 도시’(Atomic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오크리지에는 우라늄 농축 공장인 K-25와 Y-12, 시험용 플루토늄 제조 원자로인 X-10 흑연원자료 등의 핵시설도 있다. 특히 Y-12 공장은 리비아가 넘긴 핵무기 관련 장비를 보관 중이다. 지난 2010년에는 칠레가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오크리지 연구소에 넘겼다.

오크리지 연구소는 북한과도 인연이 있는 시설이다. 오크리지 연구소는 지난 2005년 2월 리비아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물질을 수출한 게 북한이라고 지목했다. 연구소는 당시 리비아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끝에 미국에 넘겨준 핵물질을 정밀분석한 결과, 리비아에서 온 2t 가량의 6불화우라늄(UF6)이 ‘북한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UF6는 저농도 우라늄이지만, 이를 수년간 농축하면 원자폭탄용 우라늄이 된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장했다.

오크리지가 발표한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도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정면반박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북미가 군사적 적대관계를 보였던 만큼 북한은 미국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것을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교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제3국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방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해왔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에 핵보유 5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것을 핵폐기 방법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북미가 제3국에 핵무기를 반출한다면 영국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오는 23~25일 사이 진행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단에 ‘대한민국ㆍ중국ㆍ러시아ㆍ미국ㆍ영국’ 5국을 한정 초청했다. 우리정부와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지만, 주변국인 일본도 빠진 상황에서 영국이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영국의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드레아 톰슨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14~18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마침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오스트리아 소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영국을 방문할 예정인 정연두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의 일정과 겹친다. 정 단장은 14~15일 IAEA를 방문해 IAEA측 북핵문제 담당인사들과 면담한다. 이후 16~17일 영국을 방문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안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추진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를 거듭 강조하며 “(북한으로) 경제적 지원이 들어가기 전에 이 일이 이뤄져야 한다”며 “탄도미사일 이슈도 다뤄야 한다. 북한은 매우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든 장소를 밝히고 공개적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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