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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수조원 “고용창출 득되는지 따져봐야”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기조에 따라 재계가 소유ㆍ지배구조 개선안을 대거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난 1년 간 정부 주도의 지배구조 개선이 남긴 ‘득과 실’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기존 대기업의 지배구조 관행을 없애는 데 재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 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지배구조 개선에 투입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순기능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년 간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정부의 압박과 재계의 발빠른 대응으로 요약된다. 취임과 함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년 간 줄곧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인 소유 지배 구조 개선을 촉구해 왔다.


‘숙제’를 받은 재계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업들은 순환출자ㆍ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지분정리 작업을 빠르게 진행했다. 롯데와 현대중공업, 대림 등은 올해 중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삼성그룹 역시 지난 4월 계열사들이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나서며 순환출자 해소 작업에 돌입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지주사 전환 작업도 서둘렀다.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 SK케미칼 등이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순환출자로 대표되는 기존의 지배구조 관행이 개선되고,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일자리 창출등 기업활동을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지배구조 개선에만 많게는 수 조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업들이 (개선안을 통해) 더 투명해지고, 경영의 효율성도 높아졌을 수 있지만, 법 근거도 없이 정부가 압력을 가해서 이뤄지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사실상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라며 “이윤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만들고 나라경제를 살려야할 기업이 구조를 개편하고 자사주를 사는 데 너무 많은 투자 여력을 쏟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만 봐도 지분 매입 비용ㆍ양도소득세 등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최소 6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의 연장선에서 최근 추진되는 소액주주 권한 강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해외 자본들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 여러 주주소송 제도를 도입해 강제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잘못됐다.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라며 “재벌개혁을 억지로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시장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일련의 사정당국을 앞세운 ‘기업 때리기식’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일감몰아주기법 위반 혐의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4월 조현준 효성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같은 공정위의 조치가 기업의 신용도와 직결될 수 있는만큼 기업 제재 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경쟁촉진이라는 목적에 맞게 운영이 돼야한다”면서 “후에 제재조치가 옳지 않았다고 결론이 났을 때는 (공정위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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