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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몸집 커진 중기부, 국민과 함께 고민하는 리더십은 ‘부재중’
역대 정권이 언제나 그랬듯이 집권 초기에는 거의 모든 기관장들이 외부인사들로 채워지곤 한다. 관행처럼 된지 오래됐다. 내부인사든, 외부인사든 장ㆍ단점은 있다.

내부 승진 기관장의 경우 외부 출신에 비해 업무의 연속성면에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업무를 통해 인식해 왔던 현안과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 년을 함께 해온 탓에 적절한 역량평가로 직원들을 적소에 배치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외부출신 기관장의 경우 업무 숙지를 위해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의 관행 상 기관장 재임기간은 평균 1년 정도로 볼 때 업무만 파악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권 또는 상위 부처에서 온 기관장의 경우 오직 ‘일신의 영달’만을 위한 전시행정을 펼쳐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당 정권에서 두는 인사상 최고의 악수다.

물론 외부 출신들이 조직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그동안 경직된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과 상위 부처와의 협의ㆍ소통에서 탁월한 면을 보인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으로 부임한 교수이자, 정치인 출신인 홍종학 초대 장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행정철학과 정치력이 고스란히 중기부의 이정표와 청사진을 그려보여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홍 장관의 그동안의 이미지는 전직 교수 답게 ‘강의하는 장관, 교육하는 장관’이었다. 부임 하자마자 장관 업무실을 강의실처럼 바꾸고, 정책현안을 파악하고 챙기기에 앞서 자신의 강의 철학을 직원들에게 설파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수십년을 조직에서 몸을 담고 있는 실ㆍ국장들의 전결 사항을 없애고 모든 걸 장관이 결정하다보니 ‘주무관급 장관’이란 애칭(?)도 얻고 있다. 소통이 아닌 상명하달식 일방적인 행정은 자칫 직원들의 창의성고 참여도를 떨어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통의 문제는 또 있다. 취임후 어려 언론매체들의 많은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한번도 응하지 않은 점, 심지어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도 중기부의 청사진 보다는 ‘오픈 이노베이션’ 이란 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은 취재진들의 혼란과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같은 행보는 중기부 수장으로서 정체성과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내ㆍ외적인 소통의 부재는 직원들 기강도 흔들어 놓는다. 남북 정상이 만나 ‘종전 무드’를 만든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후속책’을 묻자 일부 간부들은 ‘통일부에서 해야할 일이 아닌가?’ ‘개성공단은 ‘북미회담’이 끝나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어처구니없는 반문을 서슴치 않는다. 대기업을 제외한 98%의 기업들을 이끌고 갈 중기부가 정책현안을 앞서서 세우지 않는 것은 분명한 정책의 부재이며 직무유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에는 급기야 출입기자단이 중기부 대변인 브리핑을 전면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기부의 투명한 정책 홍보와 뉴스메이커인 홍 장관이 언론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과거, 전국구 의원도 역임한 홍 장관이 정치인 특유의 소통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가 친언론이길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 적대적인 마인드를 가져서는 곤란하다. 언론은 국민들의 입이자 귀다. 입과 귀를 막고 중기부의 초대 장관을 성공적으로 역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작금의 중기부를 보면 영화 설국열차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설국열차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영화다. 정체된 세상속에서 리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수많은 승객을 실은 수많은 객차로 빙하기에 단순히 선로를 따라서만 도는 영화 속의 설국열차는 인류의 유일하고 온전한 세계로 여겨진다. 정책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입이 될 때 오류와 독선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국가, 세계로부터 소통이 제한될 때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인권도 수직의 사다리에 놓이고 도구로 전락됨을 영화 설국열차는 보여준다.

국민들이 중기부의 출범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지 반년이 됐다. 이제 중기부의 수장은 설국열차처럼 ‘혼자서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영웅이 아닌, 문제를 국민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가는 창의적인 ‘리더의 상’을 보여줘야 할 때다.
 
kwon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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