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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빠지는 신흥국증시…인도는 다르네
달러화 강세로 투자심리 위축
주요 신흥국 ETF 대규모 자금유출

인도증시는 지난달 이후 6.8% 상승
경기·이익·수급 등 갖춰져 지속전망


약세 기조를 이어오던 달러화 가치가 최근 반등하면서 신흥국 증시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 지수 상승에 투자한 주요 펀드상품의 자금 유출 규모가 지난 2016년 말 이후 최대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인도 증시는 경기회복, 상장사의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나홀로 상승’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월 조정을 거치며 가격 부담도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신흥국 내 인도의 상대적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9일 메리츠종금증권 및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한주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신흥국 6개국 증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15억5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증시는 14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 중이며, 대만과 태국 증시에 투자됐던 자금도 7주 연속 국외로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펀드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유출됐다. 


신흥국 지수 상승에 베팅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Vanguard Emerging Markets ETF’, ‘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 ‘iShares MSCI Emerging Markets ETF’ 등 3개 펀드에서 지난 한주 유출된 자금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인 12억2000만달러(약 1조316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 자금유출의 원인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가치의 상승세를 꼽았다.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이후 이달 8일까지 3.6%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말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10% 넘는 하락폭을 보이며 약세를 나타내던 달러화가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임혜윤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외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대한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는 반면 위험회피 성향은 강화되는 상황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신흥국은 미국과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격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달러부채에 대한 실질부담 증가라는 두가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인도 증시는 신흥국 가운데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주 증시에서 650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긴 했으나, 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이후 6.8%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와 베트남 VN지수가 각각 -6.7%, -9.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 증시에 투자한 대표적 국내 펀드상품인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는 지난달 이후 4.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지수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인도레버리지ETF’의 경우 수익률이 7.7%에 달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년 대비 올해 정부지출 증가율이 10.1%에 달하는 등 인도 정부가 투자확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지난 3월 있었던 동북지방 3개 주의회 선거에서 인도국민당(BJP)이 약진하면서 이 당 소속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인도 증시의 양호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신흥국 내 인도 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지난 2~3월 조정을 거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인도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8.1배로, 연초 19.4배까지 올라섰던 때와 비교해 가격 부담이 낮아진 상황이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지난해 4분기(7.2%)에 이어 1ㆍ2분기 연속 7%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문남중 연구원은 “인도의 중장기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인도로 향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 이익, 수급, 밸류에이션이라는 투자의 네 박자가 갖춰진 만큼, 신흥국 내 인도 증시의 상대적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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