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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핵협정 탈퇴 왜?
이란에 대한 불신…일방적 탈퇴
로하니 정권 흔들기, 이스라엘 지지
“이란 비밀 핵개발이 더 쉬워질 수 있어” 지적도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살리기로 했다.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다자간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이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제공=AP연합뉴스]

대신 그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 계획을 유지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을 언급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전직 관리들은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WSJ은 “미국 정보 당국자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 동맹국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ㆍ동결 등 핵협정 사항을 준수해왔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지적했다.

핵협정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하산 로하니 정권을 흔들고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2013년 8월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심각한 경제난이 전임 보수 정권의 국수적 반서방 정책 탓이라고 비판하며 핵협정을 타결해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풀었다. 이란 핵위기를 해소하고 민생고의 돌파구를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받은 그는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로 로하니 대통령은 위기를 맞게 됐다.

유럽의 한 고위 관료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중동 동맹국들은 이란의 경제적 생명선을 끊음으로써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여기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측은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결할 경제적 힘이 없다는 위험을 무시했다”면서 “이는 유럽의 동맹국들이 경고한 역사적인 실수이며, 대결과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잔인하게 현실정치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탈퇴한 이유 중 하나로 “네타냐후로의 복귀”를 꼽으며 “이번 탈퇴는 중동평화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적인 지지와 궤적을 같이 한다”고 평했다.

또한 ‘오바마 지우기’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내각의 ‘매파’ 새 인물들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협정 탈퇴로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이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속 논의가 결렬될 경우 IAEA의 감시가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 이란도 핵협정을 탈퇴해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탈퇴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협정 체결국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앞으로 어떤 나라의 핵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더는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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