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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의 아는척백과]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 강원ㆍ종로도 ‘위험 수위’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 최근 국내 유명 침대 회사인 대진침대의 제품 여러 모델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라돈이 검출된 건 침대 매트리스에 쓰인 음이온 파우더에서였지만, 사실 라돈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에도 들어있는 아주 흔하고 위험한 물질입니다.

우라늄이 붕괴하면 라듐이 되는데, 이 라듐이 붕괴할 때 생성되는 기체가 라돈이다. 퀴리 부인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물리화학자 마리 퀴리는 이 방사성 원소인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 라돈이 뭐길래

라돈은 암석(화강암, 변성암 등)이나 토양,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방사성 기체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사람이 연간 노출되는 방사선의 86%는 자연방사선에 의한 것인데, 그 중 절반이 라돈입니다.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이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죠? 그렇다면 흡연 다음으로 위험한 폐암 유발 물질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라돈입니다. 라돈은 사람의 호흡을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와 알파선이라는 강한 방사선을 방출해 폐조직을 파괴합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담배, 석면, 미세먼지 등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폐암 사망자 1만5625명 가운데 12.6%인 1968명은 실내 라돈 노출로 인한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미국에서도 2003년 폐암 사망자의 약 10%인 2만명 정도가 라돈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영국에서도 폐암 사망자의 3.3%는 라돈 탓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WHO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라돈이 전세계 폐암 발생 원인의 3~14%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전국최고 강원, 서울최고 종로

라돈은 우라늄 함량이 높은 화강암 지대나 토양에서 많이 생성되는데 실내 라돈의 85~97%는 토양으로부터 건물의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 등을 통해 건물 내부로 유입됩니다. 그밖에 건축자재(2~5%)나 지하수(1%)에 녹아 있던 라돈이 유입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표면에 가까운 단독주택이나 바닥과 벽 등에 균열이 많은 오래된 건물들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합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1년부터 격년으로 겨울철마다 시행하고 있는 전국 주택 실내 라돈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전국 주택 6648가구의 평균치가 102.8㏃(베크렐)/㎥로 나왔는데, 그 중 전국 주택의 1082가구(16.3%)가 당시 실내 라돈 권고기준치(148㏃/㎥)를 초과했습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전국 794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평균 농도가 94.5㏃/㎥로 좀 낮아졌지만, 전체의 1257가구(15.8%)가 148㏃/㎥을 초과, 2018년 현재의 공동주택 권고기준치인 200㏃/㎥을 초과한 경우도 735가구(9.3%)에 달했습니다. 라돈 농도는 단독주택 > 연립ㆍ다세대 주택 > 아파트 순으로 높게 측정됐습니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3회간의 조사결과를 평균내보면 전국 주택의 라돈 평균 농도는 107.4㏃/㎥,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167.1㏃/㎥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전북이 146.6㏃/㎥, 충북이 128.2㏃/㎥, 대전이 127㏃/㎥로 높게 나타났고, 울산이 가장 낮은 68.1㏃/㎥을 기록했습니다. 강원, 전북, 충북 지역에서 라돈 농도가 높게 검출된 이유는 이들 지역에 한반도의 화강암 지반대가 넓게 퍼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의 경우 3개년 평균 주택 라돈 농도가 83.4㏃/㎥을 기록했는데, 그 가운데 노후 주택이 많은 종로구의 주택 라돈 농도가 3개년 평균 164.1㏃/㎥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어 서대문구 143㏃/㎥, 성북구 119.8㏃/㎥, 중구 109.8㏃/㎥ 순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주택의 노후화나 라돈을 발생시키는 건축자재가 원인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교육부가 작년 11월 전국의 1만350여개(전체 1만1782개교) 초ㆍ중ㆍ고교를 대상으로 학교 실내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전국 408개 학교의 실내 라돈 농도가 권고기준치(학교 등 다중이용시설 148Bq/㎥)를 초과했습니다. 그중 208개교가 강원도 지역의 학교였고, 충남 104개, 충북 53개교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강원 태백의 미동초교로 기준치의 약 14배에 달하는 2034.3Bq/㎥가 검출됐습니다.

■­  환기 그리고 금연

WHO에서는 실내 라돈 농도를 10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독일은 100Bq/㎥, 미국은 148Bq/㎥, 영국ㆍ스웨덴ㆍ캐나다 등은 200Bq/㎥로 실내 라돈 관리기준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라 학교나 지하철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은 148Bq/㎥로 규정하고 있고, 올해 1월 1일부터 신축공동주택의 경우 200Bq/㎥ 이하로 권고기준을 신설하는 등 라돈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 도처에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라돈의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환기를 자주 해주는 것입니다. 지표면과 실내의 온도차에 의해 라돈의 실내 유입률이 높은 겨울철엔 특히 자주 환기시켜 실내 라돈 농도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하루 중엔 밤부터 새벽까지 라돈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취침 전후 충분히 환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바닥이나 벽 틈새의 균열을 보강하고, 건물 바닥 아래 라돈 배출관을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라돈에 의한 폐암 발생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다고 하니 금연도 필수입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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